《사설》 반도체 특수 기댄 내년 예산 ‘12% 증액’ 발상 위험하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8-26 00:44


반도체 특수 기댄 내년 예산 ‘12% 증액’ 발상 위험하다





정부 예산안의 국회 제출 법정 시한(9월 3일)을 앞두고 정부 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내년 예산안(정부 총지출)을 올해보다 12%나 늘린 820조 원 안팎으로 편성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초과 세수를 밑거름 삼아 2년 연속 슈퍼 예산을 짜고 있다. 분모인 국내총생산(GDP)이 늘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8%대로 오히려 떨어진다는 점을 명분으로 역대 최대인 90조 원 증액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청년·아동 등을 빌미로 선심성 지출도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그런데 글로벌 재정 불안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미국 국가부채는 40조 달러를 넘어섰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9년 만의 최고치인 5.28%로 치솟으면서, 이자 지급 비용(1조2100억 달러)이 국방예산(1조1700억 달러)을 제쳤다. 일본 역시 국가부채가 1500조 엔에 이른데다 10년물 국채 금리가 3%에 육박하면서 내년 예산의 30%를 국채 원리금을 갚는 데 쏟아부어야 할 처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글로벌 재정 위기’ 경보를 울리는 상황에서 한국만 나 홀로 ‘돈 잔치’를 벌이는 형국이다.


반도체 특수에 기댄 ‘외줄타기’ 예산은 위태롭다. 반도체 업황이 둔화하면 세수가 줄고, 늘려놓은 복지와 의무지출은 쉽게 줄일 수 없다. 기준금리를 올리는 한국은행의 긴축통화 정책과 충돌하고, 부동산 안정 대책과 엇박자를 내는 것도 문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건전재정 기조를 바로 세우는 역발상이 중요하다. 반도체 가격이 1년 만에 90% 폭락한 게 1997년 외환위기 방아쇠를 당겼고 2008년에도 반도체 불황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중시켰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 재정준칙을 법제화하고 과감한 의무지출 구조 개혁으로 재정 실탄을 아껴야 할 시기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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