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가 25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구미전자정보기술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 구미AI로봇기업협의회 등과 피지컬 AI 기반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사진=구미시 제공)삼성의 대규모 로봇·인공지능(AI) 투자가 구미 제조산업의 지형을 바꾸는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휴대전화 생산기지로 성장했던 구미가 이번에는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을 앞세워 차세대 제조산업 거점 선점에 나서는 모습이다.
삼성은 지난 7월 영남권 첨단산업 투자계획을 통해 구미를 중심으로 피지컬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체계와 로봇 데이터팩토리, AI 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하는 구상을 내놓았다.
구미시는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구미 관련 투자 규모를 약 19조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투자의 방향도 구체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표이사 직속 로봇 통합조직인 ‘RX사업추진실’을 신설하고 구미사업장을 중심으로 로봇 데이터팩토리 구축과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AI 기반 제조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다.
로봇 데이터팩토리는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로봇의 지능화와 고도화에 활용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구미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연구조직과 연계해 로봇을 고도화한 뒤 실제 생산현장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투자 진행 상황
삼성SDS의 AI 데이터센터 투자도 진행되고 있다. 옛 삼성전자 구미1사업장에는 60MW급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건물과 설비 구축 등에 우선 4천273억원이 투입되며 2029년 3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결국 삼성의 구미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구미에는 ‘제조 데이터 수집→AI 학습·고도화→제조현장 실증→휴머노이드 로봇 양산’으로 이어지는 피지컬 AI 산업의 밸류체인이 형성될 가능성이 커진다.
구미시도 삼성의 투자를 개별 기업의 대규모 투자에 그치지 않고 지역 로봇기업과 부품·소재기업의 성장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구미시는 25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한국로봇산업진흥원(KIRIA), 구미전자정보기술원(GERI),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을 비롯해 지역 대학과 로봇기업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피지컬 AI 기반 로봇산업 육성 기업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는 삼성의 대규모 투자와 정부의 피지컬 AI 관련 메가프로젝트를 지역기업의 기술개발과 사업화, 시장 진입으로 연결하기 위한 후속 대응 성격이 짙다.
특히 구미에는 전자·정보통신 산업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 축적된 제조 인프라와 부품·소재기업들이 밀집해 있다. 삼성의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이 본격화할 경우 로봇 완제품뿐 아니라 센서와 액추에이터, 모터, 배터리, 정밀가공 등 관련 산업으로 파급효과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구미시의 판단이다.
25일 구미시청에서 열린 ‘피지컬 AI 기반 로봇산업 육성 기업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구미 로봇산업 육성전략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구미시 제공)
실제 이날 간담회에는 자율이동로봇, 정밀가공, 센서, 로봇 제조, 툴체인저, 액추에이터, 모터,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의 지역기업들이 참석했다.
기업들은 기술개발과 사업화 과정에서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전달하는 한편 정부 메가프로젝트 참여와 삼성 등 대규모 수요기업과의 연계, 시장 진입 지원방안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삼성의 투자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대기업의 생산시설 유치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기업들이 실제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논의의 무게가 실렸다.
구미시는 이날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구미전자정보기술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 구미AI로봇기업협의회 등과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5개 기관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협약의 핵심은 국가 로봇 전문기관이 보유한 정책·연구개발 역량과 구미의 제조현장을 연결하는 데 있다. 지역기업의 기술개발이 연구단계에 머물지 않고 사업화와 시장 진입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앞서 구미시는 삼성의 로봇·AI 투자 발표 이후 ‘로봇 TF’를 가동하고 로봇산업 육성 조례와 중장기 로드맵 마련, 전담조직 구축 등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건은 19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삼성 투자가 지역 중소·중견기업의 새로운 일감과 기술혁신으로 얼마나 연결되느냐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센서와 모터, 감속기, 액추에이터, 배터리, 정밀가공, 소프트웨어 등 광범위한 산업을 필요로 하는 만큼 구미가 기존 전자·제조업 공급망을 로봇산업 공급망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향후 지역경제의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구미시는 삼성의 투자를 지역 로봇산업 성장의 마중물로 삼아 기업의 기술개발과 사업화, 시장 진입을 지원하고 제조업과 AI·로봇산업이 결합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삼성이 선택한 구미의 탄탄한 제조 인프라를 무기로 로봇산업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갈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며 “지역의 산업적 강점을 로봇·AI 등 미래 기술과 연계해 구미가 미래 로봇산업의 새로운 성장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이 구미시청에서 4족 보행 로봇의 시연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구미시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