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의 살아있는 물고기와 죽어가는 물고기
우포늪에 또다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현장에서는 물고기뿐만 아니라 저서무척추동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생명이 한꺼번에 폐사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폐사 규모가 십만여 마리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포늪을 관리하는 관계기관과 생태계를 살피는 사람들로부터는 이 현상에 대한 뚜렷한 설명을 듣기 어렵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늪은 알고 있다. 물 위에 떠오른 죽은 물고기도 알고 있고, 물속 바닥에서 사라진 작은 생명들도 알고 있다. 갈대 사이를 스치는 바람과 늪을 찾아오는 철새들도 어쩌면 그 변화를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우포늪은 단순한 물웅덩이가 아니다. 수많은 생명이 서로 얽혀 살아가는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다. 물고기 한 마리의 죽음은 한 생명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작은 수서생물의 변화는 먹이사슬을 흔들고, 그 변화는 결국 더 큰 생명과 늪 전체의 생태적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이러한 생명의 폐사가 한 번의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죽은 물고기= 사진자료제공: 창녕소벌생태문화연구소 김경 소장
왜 우포늪에서는 집단 폐사가 되풀이되는 것일까. 수온 때문인지, 용존산소 부족 때문인지, 수질 변화 때문인지, 영양염류의 증가 때문인지, 퇴적환경의 변화 때문인지 현재로서는 단정하기 어렵다. 어쩌면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정확하고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특히 저서무척추동물의 폐사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물속 바닥에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은 인간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수중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는 중요한 생태계 구성원이다. 이들의 개체 수와 종 구성에 변화가 나타난다면 수생태계의 건강 상태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현상을 단순히 ‘물고기가 많이 죽었다’는 정도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무엇이 죽었는지, 얼마나 죽었는지, 언제부터 폐사가 시작됐는지, 어느 지점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는지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조사해야 한다. 물과 퇴적토에 대한 분석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수온과 용존산소, pH, 영양염류 등 주요 수질 항목을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과거 자료와 비교할 필요가 있다. 우포늪만 들여다보아서도 안 된다. 인근의 다른 늪과 저수지, 하천에서는 같은 시기에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주변 수역과 비교해야만 우포늪에서 반복되는 현상이 특정 지역의 문제인지, 계절적·기상학적 요인인지, 수질이나 수생태계의 구조적 문제인지 보다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은 물고기를 수거하는 모습=사진자료제공: 창녕소벌생태문화연구소 김경 소장
우포늪을 지킨다는 것은 아름다운 풍경을 지키는 일이 아니다. 갈대와 왕버들, 철새와 물고기만을 지키는 것도 아니다. 사람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곤충과 저서생물,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미세한 생명 하나까지 지키는 일이다. 우리는 우포늪을 ‘생태계의 보고’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그 이름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 생태계의 보고라는 이름은 아름다운 홍보 문구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생태계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을 때 가장 먼저 살피고, 원인을 밝혀내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이 진정한 생태 보전이다.
죽은 생명을 치우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왜 죽었는지를 밝혀야 하고, 다시 죽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침묵해서는 안 된다. 침묵이 우포를 보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는 한 사람의 문제 제기가 조사를 시작하게 하고, 한 번의 질문이 행정의 움직임을 이끌어내며, 한 번의 기록이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창녕군민들은 우포늪을 사랑한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생태의 보고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묻고 싶다. 왜 생명이 죽었는가.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갈대가 바람에 흔들리고 철새가 날아드는 아름다운 우포의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물속에서 사라져가는 생명들을 모른 척할 수는 없다. 우포늪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풍경만 보여주는 곳이 아니다.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해마다 생명이 사라지는데도 우리가 그 원인을 외면한다면 언젠가는 그 침묵의 대가를 우리 자신이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해마다 생명이 사라지는데 우리는 왜 제대로 묻지 않는가. 이제 우포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정말 나를 지키고 있는 것이냐.”그 질문에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답해야 할 때다.

시와늪 대표 배성근
(시인·수필가·소설가·평론가·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