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성장 호조에 물가 선제대응…한은 이례적 연속 금리인상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8-27 10:00

긴축 진입 직후 연속 인상은 처음…역대 네 번째 '백투백'


올해 성장 전망 3.3%, 5년 만에 최고…금통위원 6개월 금리 전망 주목


신현송 한은 총재신현송 한은 총재 (서울=연합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달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16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반도체발 성장세에 따른 물가 압력을 눌러놔야 한다는 판단에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


연속 금리 인상도 드문 사례지만 긴축에 진입하고 곧바로 연달아 금리를 올린 것은 처음이다.


인상 효과를 점검하는 과정 없이 연달아 금리를 올리는 것은 그만큼 최근 한국 경제 성장세와 앞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긴축 속도를 올리면서 최종 금리가 3%대 중후반까지 올라설지 주목된다.


◇ 2분기 깜짝 성장·근원물가 고공행진에 연속 인상


역대 연속 금리인상(백투백)은 세 차례 뿐이었다. 2007년 7∼8월(2회)과 2021년 11월∼2022년 1월(2회), 2022년 4월∼2023년 1월(7회) 등이다.


모두 금리 인상기 도중이었고, 이번처럼 금리 인상 사이클에 들어서자마자 연속으로 올린 적은 없었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7월 소비자물가가 이례적 연속 금리인상을 뒷받침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현송 한은 총재가 주시하겠다고 예고한 지표들이다.


강한 성장세가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것을 우려해 선제적인 금리 인상으로 잡기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2분기 실질 GDP는 기저효과와 중동 전쟁 영향에도 불구하고 전 분기보다 0.6% 성장해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보였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지속되면서 지난 5월 한은 전망치(0.2%)를 크게 상회했다.


한은은 1분기에 1.8%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직후 0.6% 성장세를 이어간 것은 이례적이며, 경제 성장세가 강화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반영해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에 제시한 2.6%에서 이날 3.3%로 0.7%p 올렸다.


이는 정부 전망인 3.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2021년(4.7%) 이후 5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그래픽] 경제성장률 추이[그래픽] 경제성장률 추이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한국은행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이 0.6%로 집계됐다고 지난 달 2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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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출 호조와 기업 임금 인상 파급 효과 등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도 커졌다.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2분기에 작년보다 15.6% 뛰어 1분기(13.2%) 실적을 넘어섰다.


7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1년 전보다 2.6% 상승해 전월(2.5%)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2023년 12월(2.8%) 이후 3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2.8%로 전월(3.2%)보다 낮아지면서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 필요성이 줄었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경제 전반의 기조적인 물가 압력을 나타내는 근원물가 상승세가 더 커졌다.


유상대 전 한은 부총재는 지난 20일 퇴임 직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가 회복되는 데 따른 수요 압력이 근원 인플레이션을 점진적으로 올릴 것이고, 그 폭이 크진 않겠지만 지속성이 있어 그에 따른 통화정책적 고민이 있을 것"이라면서 "특별한 경기 충격 요인이 없다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신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해 근원물가 상승을 잡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금리 결정에 참고할 지표로 근원물가를 강조했다.


물가물가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지난 달 16일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6.7.16 kjhpress@yna.co.kr


◇ 가계빚 2천조·수도권 집값 뇌관…환율 안정 부담은 줄어


가계부채와 집값도 금리 인상 결정에 힘을 싣는다.


포괄적 가계부채를 나타내는 가계신용 잔액은 2분기 말 기준 2천19조8천억원으로, 사상 처음 2천조원을 넘어섰다.


1분기 말보다 25조9천억원 늘어 4년 9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불었다.


7월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6조2천억원 증가했다. 전월(+8조3천억원)보다 증가폭이 줄었으나, 올해 들어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수도권 집값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주택종합 평균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1.09% 올랐다. 전월보다 상승폭이 0.06%p 커지면서 4개월 연속 오름폭이 확대됐다.


다만 고공행진하던 환율이 약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오면서 환율 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 필요성은 다소 줄어든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 1.3원 내린 1,384.8원으로 나흘 연속 1,380원대에 머물렀다.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지난 23일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 2026.8.23 saba@yna.co.kr


◇ 최종금리 어디까지 오를까…연내 추가 인상 여부 주목


한은 긴축이 얼마나 빨리, 오래 지속될지 주목된다.


10월과 11월 두 차례 금통위에서 추가 인상도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한은도 인상을 쉬어갈 가능성도 있다.


금융 시장에서는 한은이 내년 상반기까지 1∼2차례 금리를 더 올려서 최종 금리가 연 3.25∼3.50%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금통위 전 연합뉴스 설문에서 "7∼8월 연속 인상 시 4분기에는 인상 효과를 판단할 것"이라며 "내년 1분기 중 추가 인상 후 연 3.25% 수준을 연말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8월 금리 인상 후 10월에도 추가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내년 2월 한 번 더 인상한 뒤 연 3.50%에서 금리 인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되는 금통위원들의 6개월 뒤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도 관심 대상이다.


지난 5월에 공개한 점도표에서는 전체 21개 점 가운데 연 3.00%에 찍힌 점이 10개로 가장 많았으며, 2.75%에 7개, 3.25%에 점 2개가 찍혔다.


이날 인상으로 금리가 이미 3.00%에 도달한 만큼 점도표의 금리 전망 상단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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