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미필적 고의 인정…"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 질서 유지"
"모든 범행 계획적으로…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범행 정당화"
'강북 모텔 연쇄살인' 피의자 김소영 [서울북부지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지수 기자 =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으로 기소된 김소영(20)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7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4부(오병희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를 받는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피해자 6명 가운데 1명에 대한 특수상해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모든 범행을 계획적으로 저질렀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범행을 정당화하고 있다"며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함으로써 사회 안정과 질서를 유지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씨가 지능이 낮고, 유년 시절 학대와 불우한 가정 환경 속에서 자라왔다는 점도 함께 제한적으로 양형에 참작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범행을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다"며 김씨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30년간 전자발찌 부착 및 보호관찰 등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사형은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에서 이를 선고하려면 범행 수단과 방법 등을 모두 고려해 사형 선고가 정당화될 수 있는 모든 사정이 밝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소영은 "(잠을) 재우려 했을 뿐 사망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는데,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처음에는)구체적 사망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보이지만, 이후 여러 피해자에게 약물을 마시게 하는 과정에서 챗GPT 등을 통해 약물을 통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조건을 인식하게 됐다"고 봤다.
김씨는 챗GPT에 약물과 술 동시 복용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김씨가 첫 소환조사 통보 시 첫 번째 사망자의 사망 사실을 고지받지 못한 점을 들어 "피해자가 사망했을 수도 있지만 생존 가능성도 있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김씨가 미필적 고의에 의해 살인을 저질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 '강북 모텔 연쇄살인' 피의자 20세 김소영 신상 공개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씨는 지난 재판에서 "과거 유사 강간 피해를 본 사건이 떠올라 무서운 마음이 들어 몸을 만지지 못하게 하도록 약물을 건넨 행동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신체 접촉을 막기 위해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카카오톡 대화 등을 비춰봤을 때 강간 정황이 없어 피해자들의 성폭력을 방어하기 위해 잠깐 재우려 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과거 유사강간 피해 주장에 대해서는 김씨가 절도 사건으로 신고를 당하자 이를 무마하고 맞고소하기 위해 정신과 진료 기록을 남긴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김씨가 여러 가지 요인이 혼재된 동기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청소년 시절 절도 범행을 저지른 경력이 있고, 피해자들과 만나면서 음식이나 모텔 등 비용 부담을 요구하고 소비했다"며 재산적 탐욕이 주된 범행 동기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남성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과 타인의 피해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성격, 장애적 성향, 낮은 판단력 등으로 인해 피고인보다 신체적·물리적으로 우위에 있는 남성 피해자들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함으로써 본인에게 야기됐거나 야기될지 모르는 불쾌감을 해소하고자 하는 동기도 혼재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김씨가 작년 10월 범행한 1건의 특수상해에 대해서는 피해자 모발에서 약물이 검출되지 않았고, 피해자가 와인을 마실 때 쓴맛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무죄로 판단했다.
이날 선고 이후 해당 사건 피해자를 대리하는 남언호 변호사는 취재진과 만나 "다른 사건 피해자들처럼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직접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또 "사망자 유가족 입장에서는 김소영의 사망에 대한 예견 가능성을 확정적이기보다는 미필적으로 인지했다고 본 점이 아쉽다"며 검찰에 항소를 요청하는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밝힌 것처럼 사형은 예외적으로만 인정돼야 하는 형벌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사법적인 판단에서만큼은 선언적으로나마 선고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운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올해 2월까지 20대 남성 3명에게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이 의식을 잃게 한 혐의로 3월 구속기소 됐다.
지난 4월에는 다른 남성 3명에게 비슷한 수법으로 상해를 입힌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