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국제미래유산기구는 지난 18일 제주 서귀포 더엠호텔 천지연컨벤션홀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사진=국제미래유산기구 제공)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보존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래세대에 전할 자산을 발굴하고 계승하기 위한 국제미래유산기구(International Future Heritage Organization·IFHO)가 제주에서 공식 출범했다.
국제미래유산기구는 지난 18일 제주 서귀포 더엠호텔 천지연컨벤션홀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문명을 잇고, 미래를 열다(Connecting Civilizations, Shaping the Future)’를 비전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날 총회에서는 창립 추진 경과보고와 설립 취지 및 정관 심의, 임원 선출, 창립선언문 채택 등이 진행됐다. 초대 총재에는 이삼열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초대 이사장에는 안정업 제주마을문화진흥원 이사장이 선임됐다.
창립총회에는 국내외 문화·예술·교육·언론·시민사회 분야 인사들이 참석했다. 김성걸 국제10021클럽재단 이사장과 몽골 국가위원회 관계자, 방동주 미국 국립스토리텔링네트워크(NSN) 조직 SIO디렉터, 김경훈 한국신문방송인협회 경기회장, 조강훈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 김상실 (사) 한국예총 명인진흥회장 권한대행, 김재수 국제언론인클럽 이사장, 이주호 대한장애인씨름협회 회장, 오노균 국제무예올림피아드 총재 등이 함께했다.
국제미래유산기구의 초대 총재에는 이삼열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왼쪽), 초대 이사장에는 안정업 제주마을문화진흥원 이사장(오른쪽)이 선임됐다.
이삼열 초대 총재는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국제이해교육과 문화유산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인물이다.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APCEIU) 초대 원장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이 총재는 이날 환영사를 통해 ‘미래유산’은 이미 완성된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지향하는 세계와 가치에 따라 새롭게 발견하고 창조해 미래세대에 전해줄 열린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명의 핵심을 이루는 문화유산은 궁전이나 성곽 같은 유형적 건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삶과 공동체를 유지해 온 문화예술과 축제, 의식주, 생활방식과 기술, 종교와 전통적 관습 등에도 광범위하게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유산은 이들 유산 속에 담긴 지혜와 윤리, 창조적인 가치와 기능을 찾아내 미래세대에 전파하고 정의와 평화, 복지와 인권이 보장되는 지속가능한 사회와 문명을 발전시키는 데 뜻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총재는 자신이 유네스코의 교육·문화 분야에서 활동한 경험을 언급하며 국제적인 교류와 협력, 소통과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가와 세대, 전통과 미래기술, 학문과 현장, 국제기구와 시민사회를 연결하는 개방적인 국제협력 플랫폼으로 IFHO를 성장시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미지 캡션이삼열 총재는 일일이 국제미래유산기구(IHFO) 위촉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이삼열 총재는 일일이 국제미래유산기구(IHFO) 위촉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안정업 초대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오늘 우리는 단순히 하나의 기구를 창립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라는 시대적 질문에 답하고 인류의 미래를 향한 새로운 약속을 선언하기 위해 모였다”고 창립 의미를 밝혔다.
안 이사장은 1929년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한반도를 ‘동방의 등불’로 표현한 것을 언급하면서 대한민국이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를 넘어 산업화를 이루고, 이제 K-팝과 K-드라마, K-영화 등 문화의 힘으로 세계와 만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세계에 제시할 다음 시대의 가치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미래유산이라고 믿는다”며 “AI와 첨단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시대에도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지키며 무엇을 다음 세대에 물려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주체는 인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와 미래를 잇고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며 오늘의 소중한 가치를 내일의 인류 공동유산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2023년 제주에서 시작된 구상, 3년 만에 창립 결실
이날 발표된 창립 추진 경과에 따르면 IFHO 설립 구상은 2023년 11월 제주에서 시작됐다.
안정업 제주마을문화진흥원 이사장과 박기현 국제지도자연합 관계자의 논의를 출발점으로 문화와 예술, 교육, 환경, 경제, 과학기술 등을 아우르면서 제주와 대한민국을 세계와 연결하는 국제협력기구 설립을 추진해 왔다.
2024년부터 국내외 인적 네트워크를 본격적으로 확대했다. 제주지역 문화·행정 관계자들을 비롯해 대만과 중국, 베트남 등 해외 관계자들과 교류하며 문화예술과 교육,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협력 가능성을 모색했다.
2025년에는 경제·문화·교육·환경 분야의 국내외 기관·단체와 접촉하는 한편 몽골과 중국 등 현지를 방문해 국제교류 기반을 넓혔다.
올해 들어 조직의 성격과 명칭을 구체화하면서 창립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7월 국제기구 설립 준비 논의를 거쳐 ‘국제미래유산기구(IFHO)’라는 명칭과 비전을 구체화했으며, 8월 이삼열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을 설립추진위원장으로 추대해 창립 준비를 진행했다.
약 3년에 걸친 논의와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이 이날 창립총회를 통해 하나의 조직으로 구체화된 셈이다.

국제미래유산기구 창립 회원들은 19일 천년고찰 법화사, 추사 유배지 등 문화유산 탐방과 한국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하면서 가치가 우리 것을 찾아 기록하고 연구·보존·전승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화유산 넘어 환경·AI·디지털까지
IFHO가 내세우는 가장 큰 특징은 ‘유산’의 범위를 과거에 형성된 문화재와 전통에 한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구는 문화·예술·체육을 비롯해 환경·생태, 과학기술·AI, 디지털 자산, 지식·교육, 사회혁신 등을 미래유산의 주요 영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급속한 디지털 전환과 AI 발전, 기후위기와 사회구조 변화 속에서 미래세대에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를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이미 만들어진 유산을 보존하는 것뿐 아니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창조와 혁신 가운데 미래에도 지속할 가치가 있는 것을 찾아 기록하고 연구·보존·전승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래유산연구소 설립을 비롯해 글로벌 미래유산 포럼, 미래유산도시 네트워크, 세계미래유산목록, 디지털 미래유산 아카이브, 세계 미래유산 어워즈, AI 미래유산 엑스포 등의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AI·XR·VR·AR 등 첨단기술을 문화유산의 기록과 체험에 접목하고, AI 시대에 어떤 가치와 기록을 미래유산으로 남겨야 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도 추진한다.
청소년과 청년의 참여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세계청년미래유산서밋과 청소년 문화교류,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미래세대를 유산을 물려받는 수혜자에 머물게 하지 않고 미래유산을 함께 발굴하고 창조하는 ‘공동 설계자’로 참여시킨다는 구상이다.
기구는 제주를 거점으로 국내외 전문가와 대학, 연구기관, 문화기관, 비영리단체 등과 협력하고 국가별 협력조직과 국제 네트워크도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날 IFHO는 창립선언을 통해 “과거의 유산을 미래의 가치로, 지역의 기억을 세계의 자산으로, 오늘의 문화를 내일의 유산으로” 연결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2023년 제주에서 시작된 작은 논의가 3년여의 준비 끝에 국제미래유산기구 출범으로 이어졌다. 이제 기구가 던진 질문은 창립 과정에서 여러 차례 강조된 한 문장으로 모아진다.
“우리는 미래세대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국제미래유산기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지역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함께 찾아가는 국제협력의 장을 만드는 것을 첫 출발점으로 삼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