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재의 새록새록] "모래톱 잃은 남대천, 도요새 떠났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9-21 07:40

난개발과 잘못된 복원이 부른 훼손…이제는 가마우지·갈매기만 덩그러니


2015년(위)과 현재의 남대천 하구 모래톱 모습 2015년(위)과 현재의 남대천 하구 모래톱 모습 도요새가 많이 찾는 사진의 건너편 모래톱은 현재 잡초만 무성하다. [촬영 유형재]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드넓은 하구의 모래톱이 크게 줄어들자 쉴 곳을 잃은 도요새들이 이제는 찾지 않는다.


아직 남아 있는 곳도 모래는 대부분 사라지고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는 등 모래톱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생긴 변화다.


강원 강릉시 남대천 하구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이다.


기수역의 모래톱은 갯지렁이, 조개류, 게와 같은 먹이와 영양분이 풍부해 도요새가 긴 여정을 이어갈 에너지를 보충하는 중요한 중간 휴게소 역할을 한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나그네새인 도요새에게 강릉 남대천 하구는 대양주 이동 경로 상의 핵심 기착지이자 중간 정착지, 생존 기지기도 하다.


검은가슴물떼새와 검은머리물떼새, 장다리물떼새와 꼬마물떼새검은가슴물떼새와 검은머리물떼새, 장다리물떼새와 꼬마물떼새 [연합뉴스 자료사진·촬영 유형재]


과거 넓고 깨끗한 남대천 하구의 모래톱은 각종 도요새를 비롯한 물떼새가 찾던 곳이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이상기후로 말미암은 잦은 너울성 파도와 인근 항만 및 방파제 등 인공 구조물 설치로 인한 해류 변화 등으로 모래톱이 사라진 뒤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몇 해 전 행정당국이 모래톱을 복원하기 위해 하구를 흙으로 갖다 메웠으나 현재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 본래의 모래톱 역할마저 하지 못하고 있다.


'흙으로 갖다 메운 시도'는 잡초 번식과 토양 고착화 등을 불러온 인공적 생태 교란 행위라는 지적이다.


2015년 사진과 현재를 비교해 보면 모래톱이 대폭 줄어들고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남대천 하구 모래톱에 둥지 튼 꼬마물떼새남대천 하구 모래톱에 둥지 튼 꼬마물떼새 [연합뉴스 자료사진·촬영 유형재]


넓고 깨끗한 모래톱이 있을 당시 이곳은 봄과 가을 도요새가 이동하는 시기뿐 아니라 여름에도 좀도요, 민물도요, 꼬까도요, 학도요, 붉은어깨도요, 노랑발도요, 붉은발도요, 붉은갯도요, 알락꼬리마도요, 마도요, 뒷부리도요, 큰뒷부리도요 등 각종 도요새를 볼 수 있었다.


무리를 지어 찾은 도요새들은 먹이활동을 하거나 가끔 영역 다툼을 벌이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여줬다.


꼬마물떼새와 흰목물떼새, 장다리물떼새, 왕눈물떼새, 검은가슴물떼새 등도 매년 잊지 않고 찾아왔다.


봄이면 꼬마물떼새들은 모래밭 이곳저곳에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은 뒤 부화해 정성껏 새끼를 기르는 장소이기도 했다.


남대천 하구 모래톱 찾은 세가락도요남대천 하구 모래톱 찾은 세가락도요 [연합뉴스 자료사진·촬영 유형재]


특히 지난 2023년에는 길을 잃은 사막꿩이 남대천 모래톱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당시 사막꿩의 관찰은 국내에서는 1947년 이후 76년 만이었다.


남대천 하구의 모래톱은 과거에는 태풍이나 너울성 파도 이후에도 시간이 지나면 모래가 다시 쌓이기도 했으나 안타깝게도 해가 거듭될수록 복원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처럼 유실된 모래톱이 사라져 회복되지 않으면서 편히 쉴 곳을 잃게 된 새들이 크게 줄어들거나 아예 찾지 않는 곳이 됐다.


휴식 공간이자 먹이터인 모래톱이 사라지면서 도요새의 개체 수와 종 다양성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1947년 이후 국내서 처음 관찰된 사막꿩1947년 이후 국내서 처음 관찰된 사막꿩 [연합뉴스 자료사진·촬영 유형재]


실제로 도요새가 많이 찾을 시기에도 무리가 아닌 겨우 1∼2마리만 찾을 뿐이어서 남아 있는 작은 모래톱은 가마우지와 갈매기 떼의 차지가 됐다.


강릉의 한 생태사진가는 "남대천 하구는 도요새를 가까이에서 탐조할 수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곳이었지만 모래톱이 사라지면서 최근에는 찾아오는 도요새가 거의 없는 정도가 됐다"고 아쉬워했다.


전문가들은 동해안 전반에 진행되는 심각한 연안 침식과 하천 모래 유입 감소, 주변 인공 구조물에 따른 해류 변화에서 생태적 연안 관리로 자연적인 모래 순환을 살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남대천 하구 모래톱 찾은 각종 도요새남대천 하구 모래톱 찾은 각종 도요새 노랑발도요와 꼬까도요, 붉은어깨도요, 민물도요, 학도요, 붉은갯도요, 붉은발도요, 알락꼬리마도요, 큰뒷부리도요[촬영 유형재]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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