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관리급여만으론 한계…단속·실손보험 구조개편 필요"
상급종합병원 비급여 실태 발표하는 경실련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17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강당에서 상급종합병원 외래ㆍ입원 비급여 실태 분석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5.12.17 jjaeck9@yna.co.kr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비 시장이 22조원 규모로 팽창했다.
정부가 과잉 진료를 억제하기 위해 가격 상한을 정하는 '관리급여' 제도를 도입했으나,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에게 진료비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페이백 등 불법 영업이 지속되고 있어 정부의 관리와 단속 체계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 비급여 팽창과 건강보험 재정 누수…관리급여 도입
21일 국회입법조사처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비급여 진료비는 21조8천억원으로 2020년의 15조6천억원 대비 약 39.7% 증가했다. 환자 진료비 총액 중 비급여 본인부담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비급여 본인부담률 역시 2024년 15.8%를 기록하며 최근 3년간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와 함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진료비 총액도 2014년 41조원에서 2024년 90조원으로 10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보건복지부는 실손보험 활성화와 의료기관의 수익 보전 욕구가 맞물려 비급여 진료와 건강보험 급여 항목을 동시에 제공하는 '혼합진료'가 성행하면서 비급여와 급여 지출이 함께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6년 2월 과잉 비급여 관리를 위한 관리급여 제도를 도입했다. 비급여 지출 상위 항목인 도수치료,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방사선온열치료 등 3개 항목에 대해 진료비의 95%를 환자가 부담하고 5%를 공단이 부담하는 급여 체계로 전환해 가격 상한을 통제하고 서비스 이용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평균 11만 원, 최고 60만원에 달하던 1회 도수치료 비용이 환자부담 4만3천850원(주 2회, 연간 15회 제한)으로 표준화됐다.
◇ 불법 페이백 방치와 제한적 보고체계 한계 지적
그러나 국회입법조사처는 관리급여 항목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페이백 등 편법·불법 영업 행태를 근절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현행 의료법상 비급여 보고제도가 의원급은 연 1회(3월 진료분), 병원급은 연 2회(3월 및 9월 진료분)에 불과해 이상 징후를 포착하기에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암 치료 등을 내세운 일부 요양병원·한방병원에서는 실손보험금 지급 한도에 맞춰 불필요한 비급여 치료를 끼워 넣거나 허위 영수증을 발급해 진료비를 부풀린 뒤, 결제 금액의 20∼40%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수법이 다수 적발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런 영업 행태가 의료법이 금지하고 있는 본인부담금 감면 및 환자 유인·알선 행위이자 보험사기에 해당하지만, 2015년 1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진료비 페이백을 의료법 위반으로 적발한 사례가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법령상 현장 조사 근거가 갖춰져 있는데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단속이 미비했다는 비판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관리급여 대상 확대 외에도 급여·비급여 혼합진료 제한과 비급여 목록 퇴출 등 당초 논의된 관리 대책의 실행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불법 페이백을 철저하게 적발, 처벌하고 금융당국과 협의해 실손보험 상품 구조를 개편해야 과잉 팽창하는 비급여 시장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