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기준금리 0.25%p 인상…3년2개월 만의 긴축조치
(서울=연합뉴스) 정회인 기자 = 메리츠증권은 2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인공지능(AI) 투자와 정부·기업 부채의 이자 부담을 동시에 키우면서 미국 경제의 '하드랜딩'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드랜딩은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 과정에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는 경우를 뜻한다. 반대로 물가를 낮추면서도 경기 침체는 피하는 상황은 '소프트랜딩'으로 불린다.
메리츠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연준의 금리 인상은 AI 투자와 미국 재정건전성을 고려할 때 최악의 이벤트가 될 수 있다"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계기로 소프트랜딩보다 하드랜딩 위험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고 본다"고 밝혔다.
최근 AI 업계에서 제기된 '개발 속도 조절론' 역시 안전 문제뿐 아니라 급증하는 투자 비용과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AI 관련 자본지출 전망치는 매년 빠르게 상향해 현재 연간 1조2천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늘었다.
문제는 AI 투자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빅테크(거대 정보통신 기업)의 현금도 예상보다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메리츠증권은 주요 기업의 잉여현금흐름(FCF)이 당초 예상보다 이른 올해 4분기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감소 규모도 1천억달러를 웃돌 수 있다고 추정했다.
윤 연구원은 "투자는 늘어나는데 현금이 부족하면 결국 차입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장부상 부채는 약 5천억달러이며, 구매약정과 아직 시작되지 않은 리스 등 장부 밖 부담까지 포함하면 4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클라우드 기업)의 관련 부채는 2조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투자 속도가 이어질 경우 장부상·부외 부채를 합친 규모가 내년 상반기 6조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빅테크가 높은 수익성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고금리까지 겹치면 자금조달 비용이 빠르게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메타가 올해 4월 발행한 회사채 금리는 불과 5개월 만에 10년물이 약 5.2%에서 6.0%, 30년물이 6.2%에서 7.0% 수준으로 상승했다. 사모대출 조달금리는 7∼8% 수준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정부 부채 규모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금리가 추가로 오르면 이자비용이 다시 부채를 키우는 악순환이 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은 AI가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 자체는 유효하다고 봤다. 다만 그 과정에서 부채가 빠르게 늘고 금리까지 오르면 예상보다 먼저 신용위험이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연구원은 "AI가 가져올 높은 수익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동시에 금리까지 오르는 상황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5%의 무게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