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의 맥] '봉제사 접빈객(奉祭祀 接賓客)' 아시나요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등록 2026-09-23 07:03



사라지는 예법, 남겨야 할 인간의 정

세월이 흐르고 시대의 감각이 달라지면서 우리의 윤리와 예법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복잡했던 의례는 간소화되고, 전통적인 생활방식은 서구화되면서 능률과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둘씩 자리를 내주고 있다.

그 가운데 유가의 오랜 전통이었던 *봉제사(奉祭祀)와 접빈객(接賓客)*도 점점 우리 일상에서 멀어지고 있다.

농경사회에서는 조상을 받들고 어른을 공경하며 손님을 정성껏 맞이하는 일이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이었다. 제사를 모시고 명절이면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였으며, 집안에 손님이 찾아오면 밥 한 끼라도 함께 나누는 것이 사람 사는 도리였다.

그러나 산업사회와 도시화, 핵가족화를 거치면서 이러한 낯선 풍속도 크게 달라졌다.
각자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고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니 친척 간 만남은 뜸해지고, 정서적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예전에는 십촌 안팎의 친척도 가까운 일가라 여겼지만, 이제는 사촌만 건너가도 남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혈연은 그대로인데 만남이 줄어들면서 친밀감이 약해진 것이다.

죽음을 대하는 모습도 크게 달라졌다.
예전에는 초상이 나면 친척과 이웃이 찾아와 슬픔을 함께 나누고 밤을 지새우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그러나 이제는 무빈소 장례, 간소한 장례절차, 화장과 수목장 등으로 장례문화 역시 빠르고 간편하게 변화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시대가 달라졌으니 불필요하게 번거롭고 경제적 부담이 큰 의례는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전통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형식을 그대로 지켜야 한다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형식은 사라져도 그 형식 속에 담겨 있던 마음까지 사라져서는 안 되지 않을까.

제사의 절차가 간소해지더라도 조상을 기억하는 마음은 남아 있어야 하고, 장례의 형식이 달라지더라도 고인을 추모하고 유가족의 슬픔을 함께 나누는 마음은 이어져야 한다.

손님을 대접하는 방식이 예전과 달라져도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친척을 자주 만나지 못하더라도 명절에 안부 한마디를 건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서로 손을 내미는 정까지 사라져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속도와 효율을 중시한다.
돈과 시간의 가치도 과거보다 훨씬 크게 평가한다. 하지만 인간관계까지 비용과 효율의 잣대로만 바라본다면 우리 삶에서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
 기억하고, 만나고, 위로하고,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존재다.

그렇다면 인간성 회복의 해법은 거창한 데 있지 않을 것이다.
사라져가는 모든 예법을 되살리는 것보다 예법의 껍데기 속에 담겨 있던 정신을 오늘의 생활방식에 맞게 되살리는 것이 먼저다.

명절이면 짧게라도 가족에게 안부를 묻고, 오랜만에 만난 친척의 손을 잡아주고, 어른에게 전화 한 통 드리고, 이웃의 경조사에 마음을 보태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제사는 간소하게 지내더라도 조상을 기억하고, 장례는 짧게 치르더라도 고인의 삶을 한 번 더 이야기하며, 친척과 자주 만나지 못하더라도 끊어진 관계에 먼저 안부를 건네는 것이다.

시대는 변해도 사람의 마음까지 변할 필요는 없다.

봉제사와 접빈객이라는 옛말의 형식은 희미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겨 있던 *효(孝), 경(敬), 애(愛),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情)*까지 함께 사라져서는 안 된다.

옛것을 모두 붙잡자는 것이 아니다.
버릴 것은 버리되, 버려서는 안 될 가치를 가려내자는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일수록 천천히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이 필요하다.
어쩌면 인간성 회복이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작은 마음을 다시 일상으로 돌려놓는 일인지도 모른다.

전통은 과거에 머무는 유물이 아니라, 오늘의 삶을 더 따뜻하게 만드는 정신으로 다시 태어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유산이 된다고 본다.

권오정 문화부장/

권오정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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