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세종사업장 전경 [삼성전기 공식 블로그]
(서울=연합뉴스) 정회인 기자 = 증권가는 29일 삼성전기의 대규모 FC-BGA(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 증설 결정에 대해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용 부품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삼성전기의 실적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기[009150]는 세종사업장과 베트남 생산법인에 총 6조8천억원 규모의 반도체 패키지기판 증설 계획을 공시했다. 베트남 인프라 투자 등을 포함하면 실제 투자 규모는 약 8조5천억∼9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투자 대상인 FC-BGA는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고성능 반도체와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고부가 패키지기판이다.
AI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 부족이 심해지고 있는데,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제품 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기간은 48∼56주로 정상 수준인 약 12주를 크게 웃돌고 있다.
증권가는 이번 증설이 단순한 선제 투자라기보다 향후 수요를 확인한 뒤 이미 확보한 고객사 수요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증설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iM증권 고의영 연구원은 공급사의 협상 우위가 강해지고 있다고 평가하며 "이번 대규모 투자의 확정은 3년 이후 물량에 대한 고객사와의 협의가 상당 부분 진전됐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기가 최근 주요 고객사와 2030년 이후 공급까지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사가 투자비 상당 부분을 부담한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하나증권은 전체 투자액의 70% 이상을 선수금 방식으로 받을 것으로 파악했으며, DB증권은 약 10조원으로 예상되는 FC-BGA 투자 가운데 약 8조원이 고객사 선급금으로 충당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의 자체 자금 부담은 대규모 증설 규모에 비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들은 AI·데이터센터용 부품의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예상보다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며 삼성전기의 3분기 및 중장기 실적 전망치도 줄줄이 상향했다.
하나증권은 삼성전기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6천13억원에서 6천615억원으로 약 10% 높였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도 2조312억원에서 2조1천54억원으로, 내년 전망치는 4조3천325억원에서 4조7천538억원으로 상향했다.
하나증권 김민경 연구원은 "3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FC-BGA의 판가 인상과 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2027∼2028년 이익 추정치 상향 구간에 재차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AI 서버 고객사의 높은 가격 수용력을 고려하면 MLCC 가격 인상 효과도 시장 기대를 웃돌 수 있다고 봤다.
대신증권도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6천360억원에서 6천606억원으로 높였다. 올해와 내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도 각각 3.0%, 1.1% 상향 조정했다.
키움증권은 삼성전기의 3분기 영업이익을 6천710억원으로 예상해 시장 전망치 6천266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키움증권 권민규 연구원은 "환율 하락에도 실적 추정치가 상향되고 있다는 것은 공급자 우위 시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삼성전기는 MLCC와 FC-BGA를 동시에 영위해 AI 투자 사이클의 수혜가 크다"고 분석했다.
증설 효과는 2028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키움증권은 증설 완료 후 2029년 FC-BGA 매출 기준 생산능력이 6조원 이상으로 현재의 약 2조2천억원에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고, iM증권도 2030년께 6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