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매설 유력…"엄정 대응" 목소리 거세
8·15 경축사 '평화공존 청사진'에 찬물…"군사회담 전기 삼아야" 제언도
DMZ 지뢰 추정 폭발사고 관련 의원 질의에 답하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DMZ 지뢰 추정 폭발사고 현안 질의에 참석해 DMZ 사고 관련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9.29 hkmpooh@yna.co.kr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폭발한 지뢰가 북한이 지난 2년새 '국경화' 작업으로 매설한 정황이 짙어지면서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이 시동도 전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21일 DMZ 내 폭발 원인은 북한군 지뢰가 확실하다며, 북한이 "국경선 요새화와 관련해 (매설)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북한의 행위가 "정전협정 위반은 명백하다"며 "북한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폭발 원인이 북한군 지뢰로 확인됐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유실이 아닌 이른바 '남쪽 국경 요새화' 작업으로 북한이 고의 매설한 정황도 다각도로 확보됐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유실 지뢰 폭발로도 북한이 책임을 피할 수 없지만, 최종 조사 결과 북한의 지뢰 도발로 판명된다면 한반도 정세 불안정성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북한의 도발로 우리 장병들의 크게 다쳐 대북 비판 여론이 비등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군도 원칙적이고 단호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 장관은 대응 조치에 관해 "필요한 방책을 가지고 있고 단계적으로 시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가능한 군사적 옵션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북한군의 동향에 대한 정찰·대응이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북한의 남쪽 국경 요새화 작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땜질 처방이 아니라 종합적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크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국경화·요새화 작업이 계속되면 유사한 사건이 또 발생할 수 있다"며 "이제는 방치나 임시방편을 넘어 종합적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DMZ 사고 현장조사 3일차인 오늘 현장에서 발견된 북한 수지 반보병지뢰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에서 열린 DMZ 지뢰 추정 폭발사고 현안 질의 회의장에 이날 사고 현장 조사를 현장조사에서 북한의 수지(플라스틱) 반보병지뢰 1발이 발견된 보고서가 놓여져 있다. 2026.9.29 hkmpooh@yna.co.kr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선제적, 유화적 조치를 포함한 대북정책은 당분간 추진 동력이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제시한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 3대 청사진도 북한의 지뢰 도발에 무색해졌다.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은 본격 시동이 걸리기도 전, 그 구상을 구체화하는 단계에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지뢰 도발에 더해 북한군 포로의 국내 송환도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북한을 자극할 요소로 꼽힌다.
국내 여론과 북한의 반발은 정부가 북미대화 재개를 촉진하려는 '페이스메이커' 역할 발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북한 지뢰 폭발이 엄중한 사안이지만 역설적으로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의제가 더욱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 북한 지뢰 폭발을 MDL에서 국지 충돌 방지를 위한 남북 또는 남북·유엔군사령부의 군사회담 국면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북한이 '두 국가 관계' 선언 후 국지 충돌을 자제하려 한 경향에 주목한다면, 이번 지뢰 폭발 사건으로 북한도 군사회담 필요성을 인식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추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