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속담]‘Out of sight, out of mind’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9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등록 2026-10-10 06:34



 ‘Out of sight, out of mind’영어 속담에 담긴 말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묘하다. 눈앞에 있을 때는 소중하게 여기다가도 보이지 않으면 서서히 관심에서 멀어지고, 연락이 뜸해지면 기억에서도 희미해진다.

오랜 세월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터득한 경험을 짧은 한마디로 압축한 말이다. 그래서 속담은 짧지만 가볍지 않다. 수많은 사람의 만남과 이별, 가까워짐과 멀어짐 속에서 건져 올린 삶의 진주와 같다.

요즘 인간관계는 더욱 빨리 만나고 더욱 빨리 헤어진다.
무언가 필요할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연락하다가도 목적이 사라지면 전화 한 통 없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함께할 때는 세상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처럼 굴다가도 헤어지고 나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소 잡을 때는 자주 찾더니, 볼일이 끝나니 연락조차 없구나.’

세태를 꼬집는 말이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모든 인연이 그런 것은 아니다.
진정한 인연은 거리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자주 만나지 않아도 마음속에 남아 있고, 몇 달 혹은 몇 년 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사람처럼 반가운 사람이 있다.

어려울 때 말없이 손을 내밀었던 사람, 내가 잘될 때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던 사람, 내가 넘어졌을 때 등을 돌리지 않았던 사람은 세월이 흘러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인연의 깊이는 만남의 횟수보다 마음의 깊이에서 생기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첫째, 사람을 필요에 따라 만나지 말아야 한다.
내게 이익이 있을 때만 가까이하고 필요가 없어지면 외면하는 관계는 인연이 아니라 거래에 가깝다.

둘째, 받은 은혜를 오래 기억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다. 부모의 사랑, 친구의 도움, 스승의 가르침, 이름 없이 건네준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은혜를 기억하는 사람은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

셋째, 오래된 인연을 가끔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바쁘다는 이유로 연락 한 번 하지 않으면 가까운 사람도 멀어진다. 특별한 용건이 없어도 “잘 지내시지요?”라는 한마디가 인연의 끈을 이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기를 기다리기보다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먼저 연락하고, 먼저 안부를 묻고, 먼저 용서하고, 먼저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 사람도 변하고 환경도 변한다. 한때 매일 만나던 사람과 헤어질 수도 있고, 평생 함께할 것 같던 인연이 자연스럽게 멀어지기도 한다. 그것까지 탓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한 가지는 잊지 말아야 한다.
멀어진 사람을 모두 잊어버리는 삶은 너무 쓸쓸하다.
살다 보면 곁에 있는 사람보다 마음속에 있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때가 온다.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면 함께 웃고 울었던 얼굴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그때 비로소 깨닫는다.

인생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남긴 기억이라는 것을.
눈에서 멀어졌다고 마음에서도 지워버리지 말자.
자주 만나지 못해도 고마웠던 사람을 기억하고, 오래 연락하지 못한 친구에게 안부 한마디 건네고, 내게 베푼 작은 은혜라도 잊지 않는 사람이 되자.

인연은 붙잡는다고 모두 오래가는 것도 아니고, 놓아준다고 모두 끝나는 것도 아니다.

진실한 마음으로 맺은 인연은 멀리 있어도 마음속에서 살아 있다.

그리고 그런 인연을 하나라도 간직하고 사는 삶이라면, 비록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결코 외로운 인생은 아닐 것이다.

눈에서는 멀어져도
마음에서는 멀어지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는 것.

어쩌면 그것이 복잡한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는 가장 따뜻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권오정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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