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위기
예나 지금이나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수수께끼는 인간 자신이 아닐까. ‘인간이란 무엇인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는 ‘생각하는 갈대’인 인간이 줄곧 씨름해 온 화두였다. 우주에서 하나의 작은 모래알과 같은 지구에 사는 인간은 자신과 생명, 그리고 우주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유일한 지적 존재이다.
그리스어로 철학을 뜻하는 필로소피아(philosophia)는 지(知)와 지혜에 대한 사랑을 지칭한다. 철학은 곧 애지(愛知)인 것이다. 하지만 지식을 사랑하는 것이 어디 철학뿐이겠는가. 인문학과 과학 등 학문은 기본적으로 ‘알고 싶다’는 인간의 본원적인 욕구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학문이 있어 인간은 지성사라는 빛나는 축적을 이룰 수 있었다.
인문학은 인간의 정신문화를 수놓아왔다. 어느 학문이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이른바 ‘문·사·철(文·史·哲)’로 불리는 문학 철학 역사학은 인문학을 떠받치는 세 개의 기둥 역할을 해왔다. 시와 소설 등 숱한 문학작품들은 인간과 삶을 탐구하고 그 의미를 천착해 인간의 정신을 풍요롭게 했다. 철학은 존재의 본질과 의미, 그리고 진리를 궁구하여 인간정신의 빛이 되어왔다. 역사학은 인간 삶의 궤적을 탐구하며 그 안에 깃든 진실을 추구해왔다.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정신도 빵을 먹어야 한다. 인문학은 인간에게 정신적 양식이었다.
고려대 문과대 교수들에 이어 전국인문대학장단이 위기에 처한 인문학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리고 그 진흥을 촉구하고 나섰다. 우리 모두 자괴감을 느껴야 할 인문학 경시풍조를 공론화한 것이다. 인문대학장단은 성명서에서 “인문학은 경제적 가치나 계량적 수치로만 평가될 수 없다”며 근시안적 시장논리를 경계했다.
정신문화와 물질문화는 두 개의 수레바퀴이다. 인문학이 돈이 안되는 학문, 취업이 안돼 기피하는 학문으로 전락해서는 성숙한 사회와 국가의 균형있고 깊이있는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 인문대학장단이 강조했듯이 인문학적 상상력과 창조력이야말로 미래의 비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인문학이 살아야 나라도 산다.
최용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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