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소대(舌小帶)

‘사랑해요’를 ‘사당해요’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고 우리는 혀짧은 소리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실제 혀가 짧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혀를 입천장으로 올리면 혀 밑부분에 오리발 물갈퀴 같은 것이 돌출하는데 -이를 설소대(舌小帶)라고 한다- 이것이 지나치게 발달되어 혀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방해할 경우 이런 소리가 난다. 이 설소대를 떼어내는 수술이 설소대 절제술이다. 이런 수술을 하면 이론적으로 정상적인 발음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수술하면 오랜 언어습관 때문에 교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의사들은 5세 이전에 수술할 것을 권한다.
그런데 요즘 자기 아이가 혀짧은 소리를 하지 않는데도 수술시키려는 부모들이 있다. 영어 알파벳의 R와 L 발음을 잘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 철저한 ‘영어정신’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R와 L 발음을 잘못하는 것은 언어습관 때문이지, 어떤 해부학적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다. 혀는 무죄다. 혀에 구멍을 뚫어 장신구를 끼우는 ‘텅 피어싱’이라는 것이 있다. 의사들은 각종 질병 우려 때문에 그런 것을 한 청소년을 보면 혀를 찬다. 한마디로 설소대절제술은 텅 피어싱처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느라 멀쩡한 혀만 고생시키는 무익한 행위이다.
이렇게 수술당한 ‘어머니 혀’(mother tongue·모국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모국어는 돈이 안되니까 혀꼬부라지는 말로 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일까. 이러다간 ‘절제술을 한 자’와 ‘못한 자’로 계층이 나뉘고 ‘못한 자’를 ‘혀 짧은 소리로 모국어를 말하는 신체장애인’으로 취급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영어는 외국어다. 미국인처럼 말해야 한다는 것은 강박관념일 뿐이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수반이 얼마전 아주 나쁜 발음의 영어로 전세계에 지원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그 말을 다 알아 듣고 지원에 나서는 이들이 많다. ‘혀=언어’는 사고와 문화의 정화(精華)이다. 함부로 손대다가 화를 당할 수 있다. ‘혀 아래 도끼 들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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