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절주(節酒)운동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6-19 01:46


절주(節酒)운동





시인 조지훈(趙芝薰·1920~68)은 술 마시는 데도 급수가 있다며 주도(酒道)를 9급에서 9단까지 18등급으로 분류했다. 그는 술을 못마시지는 않으나 안마시는 사람(不酒·9급), 술을 겁내는 사람(畏酒·8급), 취하는 것을 겁내는 사람(憫酒·7급), 돈이 아까워 숨어 마시는 사람(隱酒·6급), 잇속이 있어야 술값 내는 사람(商酒·5급), 성생활을 위해 마시는 사람(色酒·4급), 잠이 안와서 마시는 사람(睡酒·3급), 밥맛을 돋우려고 마시는 사람(飯酒·2급) 등은 술의 진수를 모르는 하급자로 간주했다.


그는 술의 참맛을 배우면서 마시는 사람(學酒)에 대해 비로소 1급의 자격을 주고 주졸(酒卒)이란 칭호를 부여했다. 술을 취미로 맛보는 사람(愛酒)은 초단, 이어 기주(嗜酒·2단) 탐주(耽酒·3단) 폭주(暴酒·4단) 장주(長酒·5단) 석주(惜酒·6단) 낙주(樂酒·7단) 관주(觀酒·8단)의 경지로 올라가며, 최고의 경지는 술로 인해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廢酒·9단)으로 열반주(涅槃酒)라 칭했다.



하지만 파괴적 술문화가 세상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요즘은 시인묵객들이 “석잔이면 도를 깨닫고 한말이면 자연과 합치된다”고 읊조리던 낭만적 시절이 아니다. 세계 제2위의 음주국, 종류만도 80여가지나 된다는 ‘폭탄주’ 등등…. 한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살인·폭력 등 강력범죄의 경우 62% 이상이 음주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처음엔 사람이 술을 마시고, 다음엔 술이 술을 마시고, 나중엔 술이 사람을 마신다”(初則人呑酒 次則酒呑酒 後則酒呑人)는 법화경의 말 그대로 술이 사람을 먹어치우는 세상이 돼버린 셈이다.


각계 인사와 시민들이 결성한 ‘범국민절주(節酒)운동본부’가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고 한다. ‘금주(禁酒)’가 아니라 ‘절주’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의 호응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절주운동이 술이 사람을 마시는 세태로부터 탈피해 우리 고유의 품격있는 주도문화를 되살리는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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