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 어댑터씨어터에서 초연, 새로운 뮤지컬 생태계 출발점
소극장에서 시작하는 K-뮤지컬의 새로운 창작 전략
냉정한 신사 ‘포그’, 정의와 사랑을 배우는 인간으로 재탄생
10월 17일 부산 광안리 어댑터씨어터 2관에서 초연되는 쥘 베른의 불멸의 모험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 뮤지컬 포스터.(사진=예술은공유다 제공)쥘 베른의 불멸의 모험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가 뮤지컬로 새롭게 태어난다. 오는 10월 17일부터 26일까지 부산 광안리 어댑터씨어터 2관에서 초연되는 이 작품은 한국 창작진이 고전의 서사를 한국의 감성으로 재해석해 직접 새롭게 만든 오리지널 창제작 뮤지컬로, K-뮤지컬의 새로운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 냉정한 신사 ‘포그’, 인간적 구원자로 다시 태어나다
뮤지컬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시간에 철저한 영국 신사 필리어스 포그가 세계를 여행하며 진정한 인간미와 사랑을 배우는 여정을 그린다.
원작 속 포그가 감정이 결여된 인물이었다면, 이번 무대의 포그는 “규칙적인 신사에서 정의로운 구원자, 그리고 사랑을 깨닫는 인간”으로 성장한다. 인도 사원에서 여인 아우다를 구하고, 적대자 픽스를 구해내는 장면에서는 냉철함 뒤에 숨은 따뜻한 정의감이 드러난다.
새로운 넘버 ‘설레는 이 마음’을 통해 포그는 사랑을 노래하며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고, 원작에는 없던 인물 ‘라코타’가 등장해 억압받은 원주민을 구하는 장면은 작품을 인류애적 구원의 서사로 확장시킨다.
■ K-뮤지컬 창작진 재회, 실험과 감동 무대
이번 작품은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로 호흡을 맞췄던 연출 유병은과 작곡가 강진명의 재회작이다. 배우 강성진, 김형균, 구옥분, 김륜호, 엄준식, 김두리, 우한수, 이은미가 출연해 다양한 캐릭터와 다층적인 서사를 완성한다.
연출 유병은은 “이번 공연은 냉정한 신사가 세상을 돌며 결국 사람에게 돌아오는 이야기”라며 “작은 무대에서 시작하는 도전이지만, 그 안에서 더 큰 인간의 이야기를 발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은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로 호흡을 맞췄던 연출 유병은과 작곡가 강진명의 재회작으로 배우 강성진, 김형균, 구옥분, 김륜호, 엄준식, 김두리, 우한수, 이은미가 출연해 다채로운 서사와 앙상블의 에너지를 전한다.(사진=예술은공유다 제공)
■ 한국형 창작 뮤지컬의 진화, 소극장에서 시작되는 글로벌 전략
최근 한국 뮤지컬계는 해외 라이선스 중심의 시장을 넘어, 고전을 한국적 감성으로 재창조하는 창작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뮤지컬 ‘80일간의 세계일주’ 역시 그 흐름 위에 있다. 쥘 베른의 원작 구조를 유지하되, 1897년 런던을 배경으로 한 내기 여행을 넘어 정의와 구원의 서사로 재해석하며 K-뮤지컬 스토리텔링의 진화를 보여준다.
원작 속 포그가 감정 없는 신사로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면, 이번 뮤지컬의 포그는 “규칙적인 신사에서 정의로운 구원자, 그리고 사랑을 깨닫는 인간”으로 성장한다. 여전히 규칙과 계산의 화신이지만,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인물로 그려진다. 인도 사원에서 아우다를 구하는 장면이나 적대자 픽스를 구해내는 순간은 냉철함 속 따뜻한 인간성을 드러낸다.
넘버 ‘설레는 이 마음’을 통해 포그는 감정의 변화를 노래하며 사랑을 배우는 로맨틱한 주인공으로 재탄생한다. 또한 원작에는 없던 인물 ‘라코타’가 새롭게 등장해 억압받은 원주민을 구하는 포그의 모습을 통해 그를 단순한 여행가가 아닌 인류애적 구원자로 확장시킨다. 파스파르투와의 유대, 아우다와의 사랑, 픽스와의 대립 속에서 점차 인간적인 감정을 회복해 나간다.
특히 2025년 브로드웨이에서 ‘Maybe Happy Ending’이 토니어워드 6관왕을 수상하며 한국 창작진의 역량을 입증한 가운데, 이번 작품은 그 성공 모델을 잇는 ‘부산발 K-뮤지컬 실험’으로 주목받는다.
■ 소극장, 창작의 실험실이 되다
100석 규모의 어댑터씨어터에서 초연되는 이번 무대는 단순한 제약이 아닌, 창작의 본질을 실험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대형 극장 중심의 제작 구조에서 벗어나, 대본과 음악 중심의 작품 개발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는 인큐베이팅형 창작 모델을 지향한다.
이러한 접근은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성공 공식과도 닮아 있다. 다수의 수상작이 오프브로드웨이 초연과 관객 피드백을 거쳐 대극장으로 확장된 사례처럼, 국내에서도 ‘빨래’, ‘김종욱 찾기’, ‘팬레터’ 등이 소극장에서 시작해 장기 흥행으로 이어졌다.
부산에서 탄생한 ‘80일간의 세계일주’는 단순한 고전의 재현을 넘어, 창작과 실험, 그리고 관객과의 긴밀한 교감이 맞물리는 새로운 뮤지컬 생태계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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