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서 채운 마음

1960년대만 해도 “서서히 망하려면 운수업을 하고 단번에 폭삭 망하려거던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라”는 말이 유행했다. 고무신, 막걸리에다 돈봉투돌리기 등 금권선거가 판을 치던 그때 승산없는 출마는 패가망신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웬만한 재력가가 아니면 한차례 출마에도 제집 살림을 바닥내기 십상이고 두번 떨어지면 처갓집 기둥뿌리까지 뽑힐 정도가 되었다.
운수업으로 말하면 낡은 GMC엔진에 드럼통을 펴 얹은 버스라 해도 독점노선에 정원의 2배씩 태우고 달려도 될 때여서 외견상으론 돈을 긁어 모으는 듯 했다. 보험제도가 정착되기 전이라 사고는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운수회사의 고사지내기는 유난히 지극정성이었다. 그러나 인명사고가 났다하면 보상금 줄다리기로 차주는 속절없이 곤죽신세가 되곤 했다. 달포씩 장례를 미룬 채 유족들이 관을 메고 차주집에 들이닥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보험이 제법 자리를 잡았다고 하는 요즘에도 피해자들의 황당한 요구로 가해자들이 곤욕을 치르는 일이 적지 않다. 돋보기라도 들이대야 할 만한 가벼운 접촉사고의 흠집을 판금하겠다면서 터무니없는 수리비를 요구하는 것은 그래도 약과다. 자해공갈단은 논외로 하더라도 흔히 ‘교통사고 전문 악덕병원’에선 전치 몇주짜리 진단서를 개업식 광고전단 돌리듯 하니 순진한 가해자의 가슴에 피멍을 들인다. 꾀병 환자가 보험금으로 일하지 않아도 소득을 올리고 속칭 ‘나이롱 입원환자’들이 저녁마다 술판을 벌이거나 외출을 즐기는 병원이 여러 곳이다. 이러니 손해보험업계는 적자라고 아우성이며 선의의 가입자들만 늘 봉이 되는 악순환이다.
그래서 자신의 아버지를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한푼도 받지 않고 선뜻 합의를 해주고 경찰에 선처까지 부탁한 마산의 한 40대의 얘기는 눈물겹다. ‘보상증후군 환자’들이 넘쳐나는 세태를 꾸짖는 사자후이며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메마른 세상에 시원한 소나기가 아닐 수 없다.
최용대 발행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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