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투명망토’가 된 언론

<투명인간>이라는 공상과학 소설이 있다. 19세기 말 웰스라는 영국 소설가가 발표한 작품이다. 영어 원제목은 투명인간이 아니라 ‘안 보이는 사람(invisible man)’인데, 투명하다는 뜻이 요즘에는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보이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기 때문에 투명한 인간이라고 요즘 말하면 투명인간 소설에서 그리는 주인공과는 정반대의 인물을 지칭하게 되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숨길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어렸을 때 투명인간 소설을 읽으면서 만약 내가 투명인간이 된다면 무엇을 제일 먼저 할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여자 목욕탕에 들어가는 생각, 시험 문제지를 도둑질할 생각,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생각, 은행을 터는 생각 등 온갖 상상의 나래를 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온통 나쁜 짓뿐이었다. 투명인간이 되면 왜 선행을 베풀거나, 인류의 발전을 위해 공헌할 생각은 하지 않고, 못된 짓만을 상상했는지 인간의 성악설을 부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일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투명인간이 되면 나쁜 짓을 먼저 상상하게 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권력’과 관계가 있다. 단순화의 위험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나에게 힘이 생기고, 또 아무도 그 힘을 견제·제어하지 못한다면 나는 그 힘을 매우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마음대로 휘두르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투명인간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안 보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나에게 엄청난 힘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즉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나를 볼 수도 없고, 또 잡을 수도 없으니 제멋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투명인간은 기본적으로 위험한 인간이다.
권력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엄청난 능력을 의미한다. 사람을 잡아넣을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고, 이권을 배분할 수도 있고, 또 추종자를 만들 수도 있다. 물론 권력을 가지고 좋은 일에 쓸 수도 있지만 인간들은 권력을 가진 채 투명인간이 되어 버리면 어렸을 때 투명인간이 되면 나쁜 짓을 꿈꾸듯이 이기적이 되고 무책임해진다. 그래서 권력을 가진 자들이 투명인간이 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권력이 투명인간이 되면 절대권력이 되고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 그래서 권력은 견제되어야 하고, 감시되어야 한다.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칙, 그리고 언론과 지식인의 권력에 대한 감시가 사회의 부패와 타락을 방지하고,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길임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권력의 투명인간화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정부 정책이나 인사, 그리고 부패에 대한 국민의 감시, 견제 기능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부와 집권 여당의 정책은 모두 미화되고, 고위 관리의 인사청문회는 그냥 요식행위와 같이 변해 버렸고, 정권의 부정과 탈선은 다 덮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권력의 투명인간화는 검찰, 경찰, 국정원과 같은 정부 기관이 일익을 담당했지만, 더욱 심각한 책임은 언론에 있다. 기본적으로 언론의 역할은 사회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지 권력을 투명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주류 언론은 권력의 투명망토가 되기 시작했고 정권은 이기적이고 무책임해졌다. 이러한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권력의 모습이 이번 세월호 사고와 함께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투명인간이 투명하게 보이는 순간이다. 각종 대형 사고는 권력이 투명인간이 되면 왜 위험하고, 권력기관이 국민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 존재하게 된다는 것을 명명백백히 보여주고 있다.
권력을 투명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국민을 통제하는 권력기관이 강해지면 당연히 국민을 보호하고 보살피는 권력기관은 반비례하여 약해진다. 그래서 이제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은 투명인간을 정말로 투명하게 만드는 길, 그리고 드러난 문제를 법대로 엄정하게 처리하고, 보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주류언론뿐만이 아니라 모든 언론이 정론이 되어야 하고, 양심적인 지식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 스스로 겁먹지 않는 그런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누가 대한민국을 투명인간으로 만들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지식인인 우리도 그러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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