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비평] 김진 작가의 회화와 시 <재생> 두 작품 속 흥미로운 대화_이원희 기자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1-31 14:29

달빛 아래 재생되는 세계, 회화와 시의 이중주

김진 현대미술 작가 작품


재생 / 김진


구불구불 황톳길 난 저 언덕 저편으로 햇살에 절여 반짝거리는 스카프가 

고요한 연기로 날아오네 

감미로운 색색으로 헤아릴 수 없이 늘어나 

상처 가혹한 땅 곳곳에 자리 잡네 서두름이 없이 꼼꼼히 상처를 덮고는 

풀잎 그 언덕을 재생시키네 

하얀 뭉게구름 조각 새것들이 오고 

지난날 통기타로 노래하던 아름다운 이도 그 언덕에 재생되네 

풀 바람에 머리칼 나부끼는, 사람 사람아



김진 작가의 회화와 시 <재생>은 상처라는 부정적 기표를 생명력이라는 찬란한 기표로 치환시키는 예술적 승화의 과정을 긴밀하도록 소통하며 파괴된 세계, 고통의 자리에 치유의 질서를 재구축한 작품이다.


김진 현대미술 작가의 회화 앞에 서면, 우리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왼쪽에 떠 있는 거대한 달은 자연주의적 재현을 거부하듯 너무 크고, 낮게 걸린, 완벽한 테두리의 둥근 빛이다. 


마크 로스코(Mark Rothko)

추상회화의 본질과 형상에 혁명을 일으킨 미국인 화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년 ~ 1970년)가 색면으로 초월적 경험을 추구했다면, 김진은 기하학적 형태와 비현실적 색채의 조합으로서 동일한 목표를 달성했다.


캔버스 위에 겹겹이 쌓인 푸른 심연은 "햇살에 절여 반짝거리는 스카프"가 대지에 내려앉아 마치 고통을 흡수하고 덮고 흘려보내는 증거처럼, 정화시키는 치유의 느린 과정으로 연금술적으로 층위(Layer)를 형성, 촉각적이고 시각적인 치환으로 메마른 대지가 생명력을 수혈받아 덮고 흘려보내 다시 자라게 하는 환상의 미학이다.


청록의 하늘에서 짙은 남색으로 변이한 구름 혹은 행성 모습의 섬들은 오렌지색과 산호색으로 타오른다. 마치 우리가 아는 세계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재생된 후의 세계 같다. 작가의 "재생"이 시의 언어로 약속하는 것을 회화는 색채와 형태로 실현해 주고 있다.


둥근 크림색 원형은 이 작품의 중심 중력이다. 표면에 푸른색과 흰색의 붓자국들은 완벽한 기하학적 형태에 유기적 불완전성을 부여함으로 행성의 흔적들에 인간 미래의 꿈이 도킹된 현대미술의 핵심 전략과 순수 형태와 물질적 긴장을 드러낸다.


"구불구불 황톳길 난 저 언덕 저편으로" 구절에서, 달은 "저편"에 위치한다. 도달 불가능하면서 현존하는 이 역설은 재생 그 자체의 역설로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에서 "아름다움은 우리가 견딜 수 있는 공포의 시작"이란 걸 상기 시켜 주어 고통의 흔적을 재료로 거칠고 중첩된 질감(matière)을 사용, 시에서 언급된 "서두름 없이 꼼꼼히 상처를 덮는" 시각적 발현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덧칠하기(overpaint)' 기법을 연상시킨다. 김진 작가도 층위를 통해 시간을 가시화한다. 재생은 과거를 품은 채 새로워지는 것이며, 각 층은 서로를 지우지 않고 대화함으로서 새로운 질서의 역동적 살아있다는 환희로 귀속된다.


달 아래 분홍의 영역은 "상처 가혹한 땅 곳곳에 자리 잡네"라는 구절을 시각화한다.

지형의 기억을 감각적 환기시킴으로 가혹했을 땅의 시간을 암시한 이중적 시간성이다. 분홍은 새살의 색, 치유 중인 상처에서 돋아나는 새 피부의 색이다. 하지만 곳곳에는 회색, 검은색, 붉은색 얼룩과 상처가 남아있다. 

이는 안셀름 키퍼가 독일 역사의 트라우마를 두꺼운 물감 층으로 다루듯, 김진 작가도 상처를 부정하지 않고 변형의 흔적으로 방치시킨 의도적 자리이다.


달의 낙관처럼 찍힌 선명한 빨간색 얼룩들은 양가적이다. 그것은 상처이면서 동시에 꽃이라 말 할 수 있다. 피는 장미가 되고 장미는 피를 기억하듯...


"지난날 통기타로 노래하던 아름다운 이도 / 그 언덕에 재생되네" 이 구절은 과거를 현재로 불러와서 층층이 겹쳐진 물감의 층위를 통해 이 시간적 복잡성을 표현한다. 

반영하듯 칠해진 부분에서 아래층이 비치며, 과거는 지워지지 않고 현재 속에 잔존하는 연속성 재생의 의미로 다시금 도출한다. 


존재론적 확장의 경계를 "사람 사람아" 지칭하는 호격으로 시와 그림의 틀을 깨고 독자에게로, 관람자를 호출한다. 김진 작가의 회화 시 <재생>은 결국 열린 초대이자 여정이 된다. 릴케가 "아폴론의 고대 토르소"를 보고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고 외쳤듯, 김진 작가 역시 우리에게 "사람아, 너는 재생할 준비가 되었는가?"묻고 있는 듯하다.


불가능한 세계, 꿈의 세계, 예술의 세계를 망라한 김진 작가의 작품 <재생>은 가장 불가능해 보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사람아, 사람아. 달빛 아래 재생되는 이 세계를 보라. 그리고 함께 노래하라.



빈총잡이 저격수 김진 현대미술 작가 시집

김진 현대미술 작가

김진 현대미술 작가는 시인이자 소설가 그리고 시낭송가로도 왕성하게  활동중이다

미술 전시회에 이어 두권의 책을 출간했다

시집 ‘빈총잡이 저격수’2024

환상문학 단편선집 ‘위험한 이방인’2025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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