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바람

얼룩말은 독특한 체질로 피부를 관리한다. 몸 표면의 검은 무늬줄은 햇빛을 많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흰바탕보다 온도가 높다. 검은 줄과 흰바탕 사이에는 온도 차이가 생기고 자연히 기압의 차이도 생긴다. 기압의 차이는 곧 바람을 일으키고 이것으로 평소 피부를 잘 가꾸는 것이다. 이렇듯 바람이라면 지구상에서 생기는 모든 공기의 움직임을 뜻한다.
그러나 ‘바람’처럼 여러가지 의미로 폭넓게 쓰이는 단어도 드물다.
가령 ‘바람이 센 자리’라고 할 때는 ‘어떤 힘의 영향을 잘 받아 불안정한 상태’라는 뜻이다. ‘숙청바람’의 경우는 ‘한꺼번에 몰아닥치는 소용돌이’를, ‘풍이 세다’고 하면 부풀려서 말하는 것을 일컫는다. ‘바람을 넣는다’면 남을 부추기는 것이며 ‘바람이 들었다’면 물기가 빠져 속이 푸석푸석해진 상태를, ‘바람을 맞았다’면 중풍에 걸리거나 헛물켜는 것을 가리킨다. 반면 풍류(風流)는 ‘멋진 것’이란 뜻이 있다.
자연히 합성어도 많다. 신바람 춤바람 늦바람 치맛바람 샛바람(동쪽바람) 하늬바람(서쪽바람) 마파람(남쪽바람) 된바람(북쪽바람) 등등…. 거기에다 언제부터인가 매스컴들은 큰 사회적 사건의 이름은 으레 바람 풍자를 붙여 만들었다. 세풍(稅風) 총풍(銃風)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인지 진작 장자(莊子)는 “바람이란 모든 것에 영향을 주는 세상일을 가리킨다”고 정의한 바 있다.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웠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림으로써 남편과 성관계를 갖지 않은 상대 여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여성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선고이유인즉, 바람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가 ‘이성에 마음이 끌려 들뜬 상태’이기 때문에 성관계가 있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바람이 났다’는 것은 들뜬 마음을 뜻하지만 ‘바람을 피운다’고 할 때는 ‘한 이성에만 만족하지 않고 다른 이성과도 일시적으로 애정관계를 가지는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사전적 정의다. 항소심이 열린다면 사전적 의미에 대한 재해석이 나올 수도 있겠다.
최용대 발행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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