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김지하

최용대 발행인/ 논설위원 기자

등록 2025-12-14 22:48

김지하





이 세상에서 순금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근저에서부터 무너뜨리는 것은 세월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사람도, 정치도, 시(詩)도 그러할 터.


한 세대전 이런 시를 쓴 시인이 앞으론 동화작가의 길을 갈 것이라고 했다는 보도다. 공화당 정권 18년 동안, 특히 유신독재 시절 시인 김지하는 저항, 민족, 민주화, 도피, 유랑, 고문, 사형수, 무기수, 석방, 재구속 같은 시대적 통증을 온몸에 뒤집어 쓴 상징의 언어였다. 적어도 1970년대에 국한할 때 그는 박정희, 김종필, 김대중, 김영삼, 전태일 등속의 인물들과 함께 한국사회의 ‘시대의 자식’이었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이름이 너무 무거워지면 그 무거움으로 인해 궤도수정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게 또한 사람인가보다. 김지하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반체제 저항시인이라는 이름표를 과거지사로 돌려놓았다. 이른바 생명평화운동에 몰입하는 광경을 연출하면서 많은 이들을 의아하게 했다. 이 무렵부터 그를 ‘사상가’로 부르며 추종하는 부류도 생겼지만 그의 언어에서 겸허함의 부족이나 독선이 느껴진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수년 전 한 문학잡지에서 김시인과 조동일 교수의 대담을 본 일이 있다. 김시인은 장일순 선생과 조교수를 ‘내 인생의 두 스승’이라고 말했다. 그 조교수가 김시인에게 천상의 ‘구세주’로부터 내려와 작고 서정적인 시를 쓰라고 권고하던 대목이 기억난다. 김시인은 “내가 조형 시키는 대로 다 할게”라고 답했던 것 같다.


격정과 영욕을 거쳐 ‘서정’과 ‘동화’로 돌아와 거울앞에 앉은 저항시인. 자연스럽기도 하고 안온한 느낌도 준다. 그러나 모든 시대는 언제든지 격변이다. 거대담론의 시대가 종을 친 것은 아닐테다. 김지하 이후, 시대의 시인과 언어는 어디에 은둔하고 있을까.

최용대 발행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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