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당(國師堂)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과 나란히 서서 서울 도심을 내려다보고 있는 산이 인왕산이다. 조선 세종 때 불법을 지키는 금강신의 이름을 따 인왕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인왕산은 조선이 망하면서 일본인들에 의해 가운데 ‘왕’(王)자가 ‘왕’(旺)으로 바뀌는 수난을 당했다. 인왕산은 불과 10여년 전에 이름을 되찾았다.
인왕산에는 이름뿐 아니라 민족의 수난을 오롯이 겪은 또 다른 상징물이 있다. 인왕산 중턱의 ‘국사당’(國師堂)이다. 국사당은 전국 무속인들의 총본부 격으로 원래 남산 꼭대기에 있었다. 일제강점기인 1925년 일본인들이 남산 기슭에 자신들의 신사인 조선신궁(朝鮮神宮)을 지으면서 신사보다 높은 곳에 있던 국사당을 못마땅하게 여겨 이전을 강요했다. 그래서 국사당은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가 기도했다는 지금의 자리로 옮겨 왔다.
인왕산은 비록 도심에 인접했지만 한 발짝만 계곡으로 들어가면 속계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국사당을 중심으로 산골짜기 곳곳에서 치성을 드리는 무당들의 기도소리와 징소리가 이따금씩 들릴 뿐이다. 최근에는 서양인들도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국사당에서 울려 퍼지는 징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근대화 과정에서 미신으로 추방당하던 무속신앙이 다시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본다.
1973년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국사당 안에는 이성계, 무학대사, 최영 장군, 그리고 출산을 관여하는 삼불제석, 용왕대신, 산신, 별상님 등 신령들의 그림 21점이 걸려 있다. 조선건국에 반발했던 최영 장군이 이성계나 무학대사와 나란히 앉아 신으로 추앙받는 모습을 보면 한국의 무속신앙을 ‘결코 어느 것도 거부하지 않고 모든 것을 포용하는 용광로’라고 묘사한 뉴욕 타임스의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이 신문은 최근 IT 등 첨단 기술이 발달한 한국에서 무속신앙이 부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많은 종교학자들은 여러 신을 모시는 다신교가 유일신 종교보다 낙후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무속신앙에서 나타나는 다원주의적 종교관은 오히려 무시무종으로 변하는 첨단기술의 시대에 어울리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선거철을 맞아 수많은 정치인들이 자신의 종교에 관계없이 무속인과 점집을 찾는다는 이 신문의 지적에는 왠지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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