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에 책임지는 이 없는 사회

선거 또는 인사철만 되면 사생활을 포함한 온갖 약점을 들춰 경쟁자를 흠집 내려는 추태가 벌어진다. 특히 약 20여년 전부터 경쟁자들의 학위 논문을 둘러싼 표절시비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표절 의혹을 제기한 목적도 사회정의 또는 공정의 추구가 아니라, 특정인의 도덕성을 흠잡아 사회적으로 소외시키려는 의도가 강한 것 같다. 심지어 자유로운 논쟁에서 밉보인 상대방을 특정하여 무분별하게 표절시비를 거는 악질적인 사례조차 늘고 있다.
논문의 표절시비가 끊이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으로서, 수단 및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쟁사회의 구조적 병폐와 함께 당사자들의 무책임한 처세를 들어야 할 것이다.
경쟁 격화에 따른 ‘학력 인플레이션’ 때문에 과거 연구전문직들에게 한정되었던 표절문제가 비전문직에게까지 퍼지게 된 점이 상황을 보다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논문표절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당사자들, 즉 지도교수 및 심사교수들의 안이한 학문 자세에 있다.
표절의 경우, 논문 작성자(학생)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물론이지만, 더 엄중한 책임이 지도교수 그리고 심사교수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의 전공 분야에 가장 가까운 지도교수가 표절논문을 통과시킨 책임은 교수직 진퇴 여부와 관계될 정도로 매우 무겁다. 가령 표절 사실을 몰랐다는 경우에도 지도할 전문지식이 없음에도, 학생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보면 가장 악질적인 변명이며, 학자의 기본적인 양심조차 의심받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정성을 이유로 참가한 복수의 심사교수들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논문이란 ‘독창적’인 주제 및 방법론을 이용하여 저자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독창성 없이 기존의 주장들을 짜깁기한 것은 ‘노트(Note)’인데, 이를 논문과 분별하는 것이 지도교수와 심사교수의 기본적인 사명이자 의무이다.
물론 학문 세계가 다양하고 세분화되면서 논문의 표절 여부를 확인하기가 곤란하게 된 점은 있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은 지도교수와 심사교수들의 묵인 또는 태만 없이는 표절 논문으로 학위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표절 논문에 대해 지도교수 및 심사교수의 책임을 엄격하게 물었다는 사례를 들은 적이 없다. 오히려 학교 전체가 의도적으로 공정한 조사를 방해하는 경우조차 있는 것 같다. 현직 정치인의 표절 의혹을 조사하는 학교는 조사가 시작된 후 약 1년이 흘렀어도 아직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시민들의 관심이 옅어지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사람들을 비정상적인 상태에 조금씩 적응시켜 의문조차 가지지 못하도록 사고(판단) 회로를 마비시키는 독재 권력의 수법과 비슷하다. 표절 의혹의 해명은 학위에 대한 ‘사회 정의’를 가리는 사안인 만큼 특정인(집단)의 이해관계 때문에 조사가 방해 받거나 왜곡 되어서는 안 된다.
한편 정치인, 방송인, 심지어 종교인까지 학위 논문 표절시비의 주인공으로 되고 있다. 그리고 학위 취득 목적이 무엇이었든 간에 객관적인 조사에서 표절 판정을 받은 당사자가 해당 학위를 자진 반납했다는 사례도 없다. 부당한 수단과 방법으로 이익(?)을 얻은 만큼 학위를 스스로 반납하는 자세야말로 성숙한 인간의 모습일 것이다.
학위 특히 박사학위는 저자의 학문적인 노력에 대한 ‘최저한’의 인정으로서 계속적인 연구를 통해 보다 나은 성과물의 발표를 기대한다는 의미에서 수여된다. 즉 해당 분야의 종결점이 아니라 겨우 시작점에 서 있는 것을 상징할 뿐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대학 사회를 포함해서 사회 전체가 학위여부로 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습득한 기술 및 경험이 논문 몇 편보다 값진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표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력주의에 대한 시민사회의 왜곡된 시각도 수정되어야 하겠지만, 교수사회가 먼저 철저한 성찰과 함께 ‘당사자 의식’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면 사회의 암적 존재인 학력주의를 타파할 근본적인 해결책은 관·민 조직이 성별·학력 차별을 묵인하는 현행의 임금체계를 개정하여 ‘동일 업무의 동일 임금’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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