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멈춰줄 국가가 필요하다

1970, 80년대는 저녁 해 질 무렵 국기하강식과 함께 애국가가 흘러나왔고, 이 시점에서 길 가던 모든 사람이 발길을 멈추고 국기를 향해 경례를 하였다. 데모를 하던 학생들도 멈추었고, 이들을 쫓던 경찰들도 멈추었다. 그러다 애국가가 끝나면 학생과 경찰은 바로 다시 쫓고 쫓기는 웃지 못할 우스꽝스러운 광경도 있었다. 그만큼 애국이라는 코드는 요즘 말로 하면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넘사벽”의 코드였다. 이러한 애국가와 “동작 그만”의 장면들이 가끔 영화의 소재로 재생되는 경우가 있는데, 얼마 전에 개봉한 어떤 영화에서는 애국가가 나오자 부부싸움을 멈추는 장면이 있어서 화제가 되었다. 이 장면은 영화의 희극적 요소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애국주의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모양이다. 사실 국가를 사랑한다는 의미의 애국주의가 나쁠 이유는 없다. 국가가 없으면, 또 국가가 우리를 지켜주지 못했다면 우리는 지금 세계 속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차별과 억압의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제 식민지 시대가 그것을 증명하지 않는가? 나라 잃은 슬픔이 있었던 우리 국민들에게 나라를 온전히 지키고, 나라를 발전시키는 그러한 애국은 좌와 우, 보수와 진보, 여와 야의 구별이 없는 초당적인 국민적 코드였다.
그런데 2026년 새해 광복 81주년을 기념하면서도 이 애국이라는 코드가 젊은이들과 일반인들에게 그리 크게 어필하지 않는다. 나라가 어려울 때면 나라를 잃었던 구한말의 상황을 들추어내서 지금과 같이 국가가 분열되고, 국민들이 해이해지면 다시 나라를 잃을지 모를 것이라는 신문의 사설과 시론, 대중 강연들이 어김없이 나오지만 정말 나라를 잃을지 모른다는 조바심을 갖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렇게 애국의 코드가 먹히지 않는 요즘 젊은이와 일반 국민들은 정말 아무 생각 없는 무책임한 사람들인가? 광복 81주년이 일깨우듯 이들 젊은이와 국민들이 다시 한번 애국심으로 무장해야 할 것인가?
우리의 광복이 시작된 해 1945년에는 주권국가의 숫자가 약 70여개 존재했다. 그리고 81년이 흐른 현재 2026년 주권국가의 숫자는 190개를 넘어섰다. 국제정치의 현실주의자들이 걱정하고, 경고하는 것과 달리 존망의 위기에 처한 국가들이 사라지지 않고 늘어나기만 했다. 우리 구한말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국가들이 아프리카와 중동, 라틴 아메리카 등지에 널려 있는데, 이들 국가가 식민지가 되거나 없어지는 대신 오히려 선진국들로부터 개발협력지원금을 받고 있고, 이들을 구하기 위해 세계가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고 있다. 우리도 개발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물론 북한의 위협이 있지만, 사실 지금의 북한이야말로 우리의 구한말에 해당하는 위기의 북한이다. 세계에서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고, 잠시 한눈팔면 남한에 언제라도 흡수당할 존망의 위기에 처한 나라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와 대한민국의 변화 속에서 다시 국민들에게 몸과 마음을 바쳐 국가를 위해 충성을 맹세하라고 한다면 지금의 젊은이들과 국민들은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이제는 국가가 우리를 위해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주고, 복지를 늘려주고, 양질의 삶을 보장해 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선진국에 못지않은 녹색의 환경을 만들어 주고, 인간적인 교육을 받게 하고, 상위 1%만 계속 부자가 되는 구조를 바꿔주고, 어느 집에서 태어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할 의욕과 능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게 해주고, 은퇴해도 걱정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광복 81주년을 맞이하여 우리는 국가의 생존이라는 단순한 국가이익을 넘어서서 어떠한 국가로 생존할 것인가로 국가이익의 내용을 새로 채워야 한다. 복지국가인가, 정의로운 국가인가, 환경이 잘 보존된 국가인가, 행복한 국가인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는 국가인가, 창조적인 국가인가 등이 중요한 국가이익의 기준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국가를 위하여 부부싸움도 멈추는 시대에서, 이제는 정말로 생계형 부부싸움을 멈출 수 있도록 국가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길 염원한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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