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격변의 임계점 향해가는 세계 정치

‘임계점’은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다른 상태로 바뀌는 지점의 온도 또는 압력을 일컫는 물리학 용어다. 가장 많은 예로 제시하는 것이 물이 100도에서 기체로 변하는 지점이다. 임계점은 사회현상에 대한 설명에도 자주 등장한다.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 임계점을 돌파하자는 식의 긍정적 용례도 있지만, 개인의 분노나 사회적 불만이 폭발하는 지점을 가리키는 부정적 용례가 많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현상, 그리고 유럽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부상하는 극우세력의 불가측성이 임계점을 향해 치달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트럼프와 브렉시트는 현상이며, 근본 원인은 통제 불능의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전 지구적인 불평등에 있다. 세계화로 인한 양극화의 가장 전형적인 것은 선·후진국간, 그리고 후진국 내의 불평등이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더해진 문제는 선진국 내의 불평등이다.
사실 미국과 중국은 세계화를 주도함으로써 가장 많은 과실을 획득해왔다. 하지만 이들 내부에서도 승자와 패자는 확연하게 갈렸다. 세계화에 특화된 기업과 자본은 기회와 이익의 엄청난 확장으로 부는 물론이고 글로벌 지배세력으로 부상했지만, 내부의 중하층 노동자들은 임금삭감과 자산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적으로는 글로벌 엘리트에게 밀리고, 국제적으로는 해외유입 노동자들에게 밀려버렸다. 세계화 이전에는 선진국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보장됐던 높은 삶의 질이 개방과 상호의존으로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됐고, 이는 기성정치와 제도에 대한 반발로 이어졌다. 저항은 트럼프나 보리스 존슨처럼 우파는 물론이고, 샌더스나 제레미 코빈처럼 좌파에서도 나왔다. 하지만 사회주의 실험의 실패에 대한 기억이 1930년대 전체주의에 대한 기억보다 시간상 더 선명했기 때문이었을까? 불평등에 대한 기층민중의 분노는 극우 포퓰리즘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극우세력들은 양극화에 대한 대책으로 반이민, 인종차별, 고립주의라는 오답을 마치 정답인 양 국민을 현혹하고 권력 획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경제학자 피케티가 정확하게 짚었다. 일을 해서 버는 노동소득이, 돈이 돈을 버는 자본소득을 따라잡을 수 없는, 즉 자본이 없는 사람이 아무리 일해도 가난을 극복하지 못하는 현 체제하에서 불평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해답은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승자와 패자의 간격을 줄이는 것이다. 즉, 승자들의 과실을 일정 부분 거두어 패자들의 손실을 메워주는 방법 외에는 없다. 자본이나 시장은 스스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결국 공적국가를 통한 재분배와 복지인데, 이는 또 극우세력이 제시하는 대안이 오답임을 밝혀내는 일이기도 하다.
자본주의가 지금까지 붕괴하지 않은 것은 불완전하나마 시장의 무분별한 사익축적을 공적권위로 통제하고, 사적자본이 결코 하지 않는 공공재를 제공하며, 세금을 통해 재분배의 기능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확대로 국가의 공공성은 급격하게 축소됐다. 반대로 국가가 자본가의 수하로 들어가 사익을 위해 작동했다. 한국은 훨씬 더 심각하다. 의료, 안전, 교육, 육아도 모두 개인의 몫으로 돌리고 국가는 소수 지배연합의 기득권을 수호하는 데 골몰해왔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세간의 표현이 품고 있듯이 과도한 노동착취로 기득권의 자본을 먹여 살리는 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트럼프 현상이나 브렉시트 같은 극우 포퓰리즘이 급부상하지 않는 걸까? 다행이라고 안위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한국은 이미 그들이 수십 년간 지배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키지 않을 뿐이다. 국민들은 좌절과 면역을 함께 안고 살아왔다. 어찌 보면 한국의 지배연합이 한 수 높은 것이, 임계점을 넘지 않도록 다양한 전술을 써왔다. 마치 압력밥솥이 폭발을 막기 위해 조금씩 증기를 배출하듯이 안보포퓰리즘, 복지와 성장은 반대라는 궤변, 증세 없는 복지론 등을 통해 김 빼기를 해왔다. 헬조선과 흙수저론은 찻잔 속의 태풍 정도로 취급한다. 그런데 앞으로도 이것이 가능할 것인가는 알 수 없다.
고도의 상호의존적 세계에서 트럼프 현상과 브렉시트는 이미 만연해 있는 선·후진국의 지구적 불평등, 그리고 후진국 내의 불평등 문제와 연동되어 대격변의 임계점을 향해 갈 수도 있다. 해답은 나와 있는데 대부분의 국가들이 그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거나, 움직이는 시늉만 한다. 변하지 않으면 바꿔야 한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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