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칼럼]창녕 석빙고-청암 배성근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2-28 15:20

사진 제공 = 배성근


석빙고는 겨울의 얼음을 저장해 두었다가 봄과 여름에 사용하기 위해 만든 저장 시설이다. 강이나 하천에서 떠낸 깨끗한 얼음을 보관하던 이 공간은 단순한 창고가 아니라, 자연의 흐름을 이해하고 활용했던 인간의 생활 지혜를 보여주는 구조물이다.


사진 제공 = 배성근 


창녕 석빙고는 창녕현 관아에서 조성한 것으로, 입구에 세워진 석빙고 비를 통해 조선 영조 18년인 1742년에 당시 창녕 현감이 건립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관청의 실용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그 설계에는 자연을 다루는 깊은 사유가 담겨 있다.


석빙고는 먼저 땅을 파고 그 안에 돌로 벽을 쌓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외부의 열기를 차단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바닥은 앞을 높이고 뒤를 낮게 하여 경사를 두었는데, 이는 얼음이 녹으면서 생기는 물이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도록 하기 위한 구조였다.


천장은 긴 돌을 무지개 모양으로 쌓아 아치형을 이루게 했고, 공기가 순환되도록 환기 구멍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구조는 내부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인위적인 냉각 장치가 없던 시대에 배수와 환기라는 자연의 원리를 통해 온도를 유지 했던 것이다.


사진 제공 = 배성근 


이 시설은 단순히 얼음을 보관하는 기능을 넘어선다. 자연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고,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적의 방법을 찾으려 했던 인간의 태도를 보여준다. 겨울의 차가움을 저장해 다른 계절로 이어 쓰는 발상은 자연을 정복하려는 사고가 아니라,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는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창녕 석빙고는 기술 이전에 사유의 산물이다. 자연을 이해하고 그 질서를 활용하려 했던 삶의 방식이 돌로 남겨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이 유적은 과거의 생활 기술을 넘어, 자연과 공존하려 했던 인간의 인문적 지혜를 전하는 문화유산으로 자리하고 있다.



시와늪문인협회 대표 배성근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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