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순박한 문인들은 어디에 있는가-청암 배성근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3-12 07:53

— 문학의 자리와 인간의 시간에 대하여




요즘 문학의 풍경을 바라보면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AI가 문학을 넘보는 시대, 순박한 문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기술은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몇 줄의 명령어만 입력하면 시가 만들어지고, 소설의 줄거리가 구성되며, 문장들은 매끄럽게 다듬어진다. 문학이 오랫동안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 여겨졌던 시대에서 이제는 기계가 그 문턱까지 들어온 셈이다. 그러나 이 변화 속에서 오히려 더 또렷하게 드러나는 사실이 있다.


문학은 단순한 문장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시간에서 길어 올린 언어라는 점이다. 문단의 역사 속에는 늘 두 부류의 문인이 존재해 왔다. 하나는 화려한 이름과 명성을 앞세워 문단의 중심에 서 있는 이들이고, 다른 하나는 조용히 자신의 삶을 견디며 글을 써온 사람들이다.


때로는 유명세를 얻은 이들이 목에 힘을 주고 다니며 순수하게 글을 쓰는 사람들을 향해 가벼운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문학이 어느 순간부터는 작품의 깊이보다 이름과 영향력, 그리고 문단의 권력 구조에 의해 평가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우리는 새로운 질문 앞에 서 있다. 기계가 문장을 만들어 내는 시대가 되자 사람들은 다시 묻기 시작한다.


“인간이 쓰는 문학이란 무엇인가.” AI가 만들어 내는 문장은 정확하고 빠르다. 그러나 그 문장 속에는 살아온 시간의 체온이 없다. 실패의 기억도, 상처의 흔적도, 삶의 깊은 후회도 담겨 있지 않다. 문장은 있을지 몰라도 삶의 무게가 깃든 언어는 아니다. 그래서 지금 이 시대에 더욱 소중해지는 존재가 있다.


바로 이름 없이 묵묵히 글을 써온 순박한 문인들이다. 그들은 화려한 문단의 중심에 서 있지 않을지 모른다. 문학 행사장의 조명 아래에서 박수를 받지도 않는다. 그러나 삶을 통과하며 길어 올린 언어를 한 줄 한 줄 적어 내려가는 그들의 글에는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의 시간이 담겨 있다.


순수문학을 지향하며 말없이 지식을 쌓아온 세월도 결코 짧지 않다. 고대문학의 정신을 더듬으며 시작된 탐구의 길은 어느덧 44년을 넘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죽음 앞에서도 당당하게 다시 돌아와 시와 소설, 수필과 평론 등 각 장르의 본질을 탐색하며 문학의 핵심을 지혜로써 끝없이 쌓아왔다. 그 시간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한 사람의 내면에는 깊은 문학의 숲을 이루었다. 문학은 단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사유와 축적된 지혜 속에서 비로소 빛을 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문학의 전환기에 서 있다. 기술이 문장을 만들 수는 있지만, 세월을 살아낸 인간의 언어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오랫동안 묵묵히 준비해 온 이들에게 자신의 문학 세계를 펼칠 때인지도 모른다. 긴 시간 조용히 축적된 지혜와 사유가 이제 하나의 목소리로 드러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때가 온 것이다. 순수문학을 지향하고 달려온 한문학단체가 빛으로 세상을 밝힐 날이 온 것이다. 문학은 결국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사람이 살아온 시간의 깊이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시와늪 대표 배성근 (시인. 수필, 소설,평론(비평), 칼럼리스트)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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