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에 대하여

아름다움의 대상은 어떤 사물보다 몸소 느끼는 순간이고 장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시 말하면 아름다움은 소유의 대상이라기보다 경험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미술품을 구입해 소유할 땐 기쁘고 감격스럽기까지 할 것이나, 일단 소유하고 나면 마음에서 멀어지기 십상이다. 더구나 고가의 미술품을 소유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전시 공간에도 한계가 있어 할 수 없이 미술품 전문 수장고에 보관한다고 한다. 보관에도 상당한 보관료, 보험료가 추가된다. 이 정도가 되면 아름다움에 대한 소유를 넘어 투자의 영역이 된다. 수장고에서 잠자고 있는 미술품은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아름다움의 대상을 소유에서 경험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면, 그 범위가 'close' 개념에서 'open' 개념으로 바뀌어 여러 가지 제한이 없어지고 자유로워진다.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중략)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 김용택 '참 좋은 당신'
김용택 시인의 시구와 같은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이 아름다움의 대상이다.
내가 경험하고 있는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들을 소개해 보겠다. 이른 아침 태양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장면, 어렵게만 생각했던 일이 해결되는 순간, 일을 위해 진지하게 토의하는 장면, 이른 봄 화단에 제일 먼저 피어 있는 수선화를 반기는 순간, 관점을 바꾸었을 때 달리 보이는 세상, 뜻 맞는 친지들과 유쾌한 대화를 하는 장면들이다.
이런 아름다움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고 경험의 대상이므로, 따로 저장할 공간도 필요 없고 태평양같이 넓은 마음속에 얼마든지 넣어둘 수 있다. 그리고 오래 간직하면서 수시로 불러내 다시 즐길 수 있어 매번 새롭게 창조되는 마법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마음속에 저장한 아름다운 순간들 중 꽃비 오는 산책길을 시와 함께 걷는 장면 또는 신석정 시인의 "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빛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같은 시구를 소환하면 숙면에 특효약이다.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 '국화 옆에서'
국화꽃이 피는 것에 흥분되고 감격스러워 잠까지 설치는 시인의 벅찬 감정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렇듯 미래에 대한 기대와 설렘의 경험 역시 아름다움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서정주 시인의 감수성에는 못 미칠지 모르지만 누구나 인생 항로를 살아가면서 나름대로 미래에 대한 기대와 설렘의 순간을 수시로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소유에서 경험으로 바꾸면 아름다움의 대상이 대폭 확장돼 더 많은 것을 아름답게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삶에 대한 만족도와 성취감도 자연히 올라가게 될 것이다. 게다가 자기만의 아름다움 리스트를 만들어 수시로 추가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므로 많이 갖고 있다고 시비당할 일도 없을 것이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헤드라인 뉴스
-
《인문 사회》 다정함
다정함 '종의 기원'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은 1871년 발표한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이란 글에서 "자상한 구성원들이 가장 많은 공동체가 가장 번성하며 가장 많은 수의 후손을 남겼다"고 썼다. 멸종하지 않고 현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을 오랜 기간 관찰한 결과였다. '종의 기원'을 통해 '진화'와 '자연선택'의 개념을 설파한 다윈에게 '자연선택'은
-
《인문사회》 소수의 가치와 도전
소수의 가치와 도전 다수결은 민주사회를 지탱해 온 근본원리로, 안정 유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다수 의견과 주류적 입장은 법적·사회적으로 견고한 보호를 받는다. 문제는 새로 대두하는 영역에서 전제 사실이 잘못됐거나 중요한 상황을 빠트린 채 형성된 다수 의견의 폐해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신기술과 그에 기반한 산업, 경제의
-
《인문 인성》 사랑, 주는 사랑
사랑, 주는 사랑 헤르만 헤세의 단편 '아우구스투스'를 다시 읽어본다. 한 여인이 아들을 낳고, 천사에게 아이가 행복하게 살아가게 해 달라고 간청한다. 천사는 아이에게 세상 모든 이로부터 사랑받는 축복을 내린다. 아우구스투스는 사람들의 애정과 관심 속에 자라며, 사랑받는 것이 삶의 당연한 권리라고 믿는다. 자신의 욕망을 좇고, 타인을 이용하며 살아간다.
-
《인문독서》 병렬독서의 즐거움
병렬독서의 즐거움 책을 읽을 때 다소 산만한 편이다. 보통 한 번에 7권 정도의 책을 번갈아가며 읽는 습관이 있다. 대단한 주제를 연구하는 것도 아니면서 이 책 저 책 넘나든다. 읽다가 흥미로운 부분이 생기면 책읽기는 급물살을 탄다. 책 사냥을 나선다. 책들이 서로 꼬리를 물고 다른 책을 불러들인다. 책의 숲에 들어가 이 나무 저 나무로 마음껏 줄타기를
-
《인문 문학》 시와 함께 걷는 기쁨
시와 함께 걷는 기쁨 나는 마음에 드는 시를 만나게 되면 휴대폰에 입력시킨 후 며칠에 걸쳐서 암송한다. 산책할 때 주위에서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암송한다. 그렇게 하면 그 시의 참맛을 음미할 수 있다. 그래서 가 좋아하는 시는 암송하기 편한 시들이다. 지나치게 산문적이어서 암송하는 맛이 없는 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원래 한자에서 시(詩)는
-
《인문 철학》 자유와 인생 여정
자유와 인생 여정 삶에 대한 교훈을 얻으려는 필자의 시도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 그들을 보고 들으며 자신을 검증하는 일이었다. 만난 사람이 수만명을 넘고, 수시로 연결이 가능한 번호가 수천개를 넘는다. 사람들 속에 살면서 그들을 존중하고, 그들로부터 받는 가르침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 이것을 신조로 살아온 것 같다. 로마의
-
《인문 문학》 詩人
詩人 어느 모임에서 대학 후배가 자기 아들이 최근에 대학을 졸업하고 시인으로 등단을 했는데 기쁘기도 하지만 걱정이 된다고 했다. 자식이 셋 있어도 모두 기업가를 만들려고 하거나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세태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시인은 세속에 물들지 않고 남과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특이한 사람이다. 성직자는
-
[연재] 사하라에 지다. 파리 -다카르 경주의 추억/지옥의 랠리 스물한번째 날 횡단의 끝, 그리운 대서양 -최종림 작가
📍 제20코스 리샤톨Richard-Toll-생 루이Saint-Louis. 341km. 스페셜 스테이지. 총 주파 12,207km. 지금 내가 조난이 두려우랴 그러나 내 차의 주행거리는 15,217km가 넘고 있다. 경주 주파 거리의 차이가 사막에서 길을 잃고 헤맨 거리다. 그것은 3만 리 경주 거리보다 더한 절망과 두려움으로 우리를 힘들게 한 인고의
-
《인문사회》 인공지능 기본사회
인공지능 기본사회 인공지능(AI)은 혁신을 가져온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한다.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 수 있으며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한다.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내가 'AI 기본사회'라고 말하는 것은 AI를 통해 단지 혁신과 성장만을 바라보는 관점과는 다른 것이다. AI가 혁신과 성장의 도구인 것은 틀림없다.
-
[연재] 사하라에 지다. 파리 -다카르 경주의 추억/지옥의 랠리 스물두번째 날 지옥의 랠리 -최종림 작가
마지막 아프리카의 햇빛 대회 조직위 시간 6시, 현지 시각 새벽 4시, 마지막 브리핑이라 하는 수 없이 만신창이 몸으로 참석했다. 아직 깜깜한 밤이다. 웬 꼭두새벽이라니. 오늘 경주 코스는 해안선 썰물 시간대에 맞춰 생기는 모래사장을 타기 위함이란다. 조직 위원장 질베르 사빈느 씨의 특별 브리핑이라지만 내 눈은 계속 아래로 감기고 한기가 들어 몸은
-
[K-방산] 불곰사업에서 천궁-Ⅱ까지 이어진 나비효과
한국 방위산업의 발전사를 따라가다 보면 흥미로운 연결선 하나가 드러난다. 1990년대 초 러시아 부채 상환을 계기로 시작된 '불곰사업'이 수십 년의 시간을 건너 중동 하늘을 지키는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냉전 해체의 부산물에서 출발한 기술 협력이 오늘날 한국 방위산업의 핵심 토양이 됐고, 그 결실이 국제 안보 환경 속에서 점차
-
서초구, 3년 연속 서울시 자치구 자살률 최저 기록
서초구, 3년 연속 서울시 자치구 자살률 최저 기록 서울 서초구(구청장 전성수)가 3년 연속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최저 자살률을 기록하며 생명존중 문화 확산과 자살예방 정책을 선도하는 자치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서초구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16.3명으로,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낮은 것으로
-
아이 키우기 좋은 인천…"보육료 지원 대폭 확대"
아이 키우기 좋은 인천…"보육료 지원 대폭 확대" 인천광역시(시장 유정복)는 보육 현장의 운영 여건을 개선하고 학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해 보육료 및 필요경비 수납한도액을 조정하고, 무상보육 지원을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다. 시는 최근 지방보육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납한도액을 인상하는 한편, 이에 따른 추가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경비 지원 범위를
-
《속보》‘강선우·김경’ 나란히 구속
‘강선우·김경’ 나란히 구속 강선우(왼쪽 사진) 무소속 의원과 김경 전 서울시의원. 연합뉴스 지방선거 시의원 선거 공천을 대가로 1억원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강선우 무소속 의원과 김경 전 서울시의원이 나란히 구속됐다. 이종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정치자금법·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두 사람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
《사설》 대구시장 뺏길라 TK통합 유턴했다니… 끝없는 野 추락
대구시장 뺏길라 TK통합 유턴했다니… 끝없는 野 추락 국민의힘 내부 상황을 보면 이젠 공당(公黨) 아닌 공당(空黨)이라고 해야 할 만큼 난맥상이 심각하다. 6·3 지방선거를 90여 일 앞두고 내부에서부터 붕괴 조짐이 나타난다고 할 정도다. 최대 지지 기반인 대구에서조차 시장 선거 승리를 말하기 어려울 지경이 됐다는 탄식이 당내에서 나온다. 여권의 일방
-
《특집 연재/ 인문철학》 이고득락(離苦得樂)을 학습하다 ② _최용대
행복 누리기를 학습하라 “사랑해, 진돌이. 사랑해, 진순이.” 우리 집 개 두 마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사랑’을 고백한다. 그러면 그놈들도 꼬리를 찰랑대고 혀로 내 코를 핥으며 철철철 행복에 넘친다. 개의 행복에 사람의 가슴은 더 따스해진다. 그런데 이게 무슨 것일까. 어째서 사람에게는 그냥 “사랑해.” 하지 않으면서 개에게는 이 따위 바보 같은 수작을
-
《특집 연재/ 인문철학》 이고득락(離苦得樂)을 학습하다 ① _최용대
이고득락(離苦得樂)을 학습하다 1. 고(苦)의 두 얼굴 — 외부와 내면 늙기 시작하는 나이에 3,000년 전의 인도인을 만났다. 그 사람은 이고득락(離苦得樂)을 추구하다 깨달음을 얻어 각자(覺者)가 되었다 한다. 어디 그 사람만 고(苦)를 싫어하고 낙(樂)을 좋아하겠는가. 나도 똑같이 그렇다. 어쨌거나 육십갑자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제 딴에는 이 궁리 저
-
《정치》 정부,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 나선다…이르면 이달 중 착수
정부,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 나선다…이르면 이달 중 착수 지난해 10월 전남 해남군 산이면에서 한 농부가 콤바인을 이용해 벼를 수확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정부가 전국 농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사상 첫 전수조사에 나선다. 농지가 투기 대상이 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다. 수도권 중심의 농지 소유자들을
-
《사회》 "어떤 약이 안전한 건지" 약물운전 처벌 강화 D-30, 운전자는 혼란스럽다
"어떤 약이 안전한 건지" 약물운전 처벌 강화 D-30, 운전자는 혼란 스럽다 1월 2일 오후 6시쯤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에서 택시가 인도로 돌진해 횡단보도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행인 15명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알레르기 가려움증 때문에 운전에 집중하기 어렵다. 그런데 약을 먹고 운전해도 되는지, 어떤 약이 안전한 건지 도통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