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칼럼] 돌 봄의 책임이 바뀌고 있다. - 청암 배성근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3-19 14:09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부모를 모시는 일은 자식의 당연한 도리로 여겨졌다. 그러나 오늘날 그 인식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 부모 부양 책임에 동의하는 비율은 20% 수준에 머물고, 반대 의견은 그 두 배를 넘어섰다. 2007년 과반이 동의하던 시점과 비교하면, 이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하나의 ‘전환’이라 할 만하다.


이 변화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단순히 가치관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사회 구조의 변화가 인식을 바꾸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평균수명은 길어졌고, 노년의 돌봄 기간은 더 길어졌다. 반면 개인의 경제적 부담은 커졌고, 가족의 규모는 줄어들었다.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할 돌봄의 무게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워졌다.

 

과거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삼국유사 속 ‘손순매아’라는 설화가 있다. 이러한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자식보다 부모 봉양을 우선시하는 극단적 선택조차 미담으로 전해지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는 그 이야기를 더 이상 윤리적 이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생존의 방식이 달라지면, 도덕의 기준도 함께 변한다.


특히 1960년대생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마처 세대’는 이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동시에 자녀 양육까지 책임지는 세대다. 이들은 전통적 효의 가치와 현대적 현실 사이에서 깊은 갈등을 겪는다. 부모를 모시는 것이 옳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온전히 감당하기에는 삶의 조건이 너무도 팍팍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돌봄의 책임은 점차 가족에서 사회로 이동하고 있다. 의료와 보육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공공 돌봄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이는 효의 붕괴라기보다, 효의 방식이 바뀌고 있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부모를 모시는 일을 개인의 도덕에만 맡겨둘 것인가, 아니면 사회가 함께 나누는 책임으로 재구성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더 이상 한 가족이 모든 돌봄을 감당하기에는 시대가 너무 멀리 왔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족의 역할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정서적 유대와 돌봄의 마음은 여전히 가족 안에서 시작된다. 다만 그 부담의 무게를 사회가 함께 나누어야 할 시점에 이르렀을 뿐이다.


결국 문제는 ‘효가 사라졌는가’가 아니다. ‘효를 어떻게 다시 정의할 것인가’이다. 오늘 우리가 내리는 선택은 다음 세대가 살아갈 사회의 기준이 될 것이다.



시와늪 문인협회 대표 배성근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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