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애착 과잉 시대

미하일 불가코프는 20세기 러시아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이자 극작가로, 체제와 권력에 순응하지 않고 풍자와 진보적 시각을 통해 인간과 사회의 본질을 집요하게 탐구한 인물이다. 그의 마지막 장편인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신화·종교·정치·철학이 교차하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데, 그 안에는 거장이 집필한 소설 속 이야기로 본디오 빌라도와 예슈아(예수)가 등장한다. 작품에서 빌라도는 예슈아를 심문하며, 사람들보다 자신의 애완견 '방가'에게서 더욱 큰 위안과 편안함을 느껴왔다고 고백한다. 이에 예슈아는 빌라도에게 조용히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고 타이르며,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가장 슬픈 인간이라고 말한다. 예슈아는 충직함과 따뜻함을 동물에게서만 찾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되며, 인간 전체로 확장된 사랑과 자비가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강조한다. 이 장면은 요즘 한국 사회의 현상, 즉 지나치게 반려동물에게 집중되는 애착을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동물은 인간에게 위로와 웃음을 주고, 때로는 삶의 방향을 가르쳐주는 존재가 된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개인지도'라는 말도 생겼다. 그러나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이 인간에 대한 관심을 대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면, 그것은 사회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다.
최근 한국의 출산율은 0.72명에 불과해 세계 최저 수준이며, 많은 지역에서 인구 소멸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다. 원인이 단일하지 않지만, 일부에서는 결혼과 출산을 대신해 반려동물에게 가족의 역할을 부여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약혼식장·장례식장·호텔까지 성황을 이루고, 강아지를 '우리 아기'라 부르며 사람 이상의 관심과 자원을 쏟는 모습도 흔하다. 물론 동물에 대한 사랑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인간관계의 약화와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진다면 사회 전체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영국 동물학자 리치 박사의 유명한 사례도 시사점을 준다. 알래스카의 야생곰 사육사가 갑작스럽게 곰의 공격으로 사망한 사건을 조사한 리치 박사는 사람과 동물의 관계를 의인화하거나, 반대로 동물이 인간을 자신의 하위 존재로 인식하는 '의동물화'가 위험을 부른다고 설명했다. 곰은 사육사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질서 안에서 하위 개체로 오해했기 때문에 공격했다는 것이다. 이는 동물을 사랑하더라도 지켜야 할 경계와 질서가 존재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원리는 인간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수평적 구조를 지향하며 평등을 중시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관계에서 권위와 책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가정·학교·조직·국가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수평성과 수직성, 자유와 책임, 평등과 질서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일방적 평등만을 강조하거나, 혹은 권위만을 절대화하는 사회는 결국 균열을 피하기 어렵다.
불가코프의 예슈아가 빌라도에게 남긴 말,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오늘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인간이 동물에게 품는 애정은 소중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돌보고 공동체를 유지하는 힘을 키우는 일이다. 사랑은 동물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로 확장될 때 비로소 사회를 지속시키는 힘이 된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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