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소설가 박현욱 첫 산문집 『탁구를 읽자』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등록 2026-04-02 21:27

『아내가 결혼했다』 박현욱 작가의 탁구 에세이

탁구를 통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아가는 과정

작고 하얀 공이 당신에게도 가기를 바란다

언젠가는 당신과도 탁구대 앞에서 만날 수 있기를

작고 하얀 공이 건네는 위로

작고 가벼운 공 하나가 삶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을까. 소설가 박현욱의 첫 산문집 『탁구를 읽자』가 출판사 난다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단순한 스포츠 에세이를 넘어, 탁구라는 일상의 행위를 통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낸 기록이다. 작가는 어두운 생각이 깊어지는 날에도 탁구대를 사이에 두고 공을 주고받는 순간, 삶이 다시 미세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탁구를 읽자』는 총 2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겉으로는 가벼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은 운동인 탁구를 통해 좌절과 배움을 반복하는 개인적 경험이 펼쳐진다. 처음에는 다소 멋있어 보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첫 대회에서의 실패를 계기로 탁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담겼다. 문인들과 함께 탁구를 치며 취미가 삶의 일부가 되어가는 과정 또한 담담하게 그려진다.


작가는 자신에게 특별한 운동 재능이 없다고 생각해왔지만, 시간을 들여 배우고 익히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것은 탁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랑 역시 마찬가지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재능이 없다고 단정했던 영역에서도 충분한 시간과 마음을 기울이면 새로운 감각이 열릴 수 있다는 메시지가 책 전반에 흐른다.


2부에서는 탁구라는 스포츠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탁구의 기원과 경기 규칙, 장비에 대한 설명부터 세계 탁구사의 흥미로운 장면까지 폭넓게 다룬다. ‘핑퐁’이라는 명칭 대신 ‘테이블 테니스’라는 공식 명칭이 사용되는 이유, 다양한 기술 이름에 얽힌 이야기 등 탁구를 둘러싼 문화적 맥락도 함께 소개된다.

특히 한국 탁구의 전성기로 불리는 1970년대의 역사적 장면은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이후 전국적인 환영 행렬이 이어졌던 일화는 스포츠가 한 사회의 감정과 기억을 어떻게 묶어내는지 보여준다. 작은 공이 만들어낸 거대한 환호의 순간은 지금도 하나의 문화적 장면으로 남아 있다.


이 책은 탁구를 잘 치는 방법을 설명하기보다, 탁구를 통해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이야기한다. 반복되는 랠리 속에서 마음이 정리되고, 땀을 흘린 뒤 찾아오는 평온 속에서 삶의 문제들이 조금 다른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탁구는 거창한 준비 없이도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다. 그러나 그 단순함 속에는 예상보다 깊은 세계가 숨어 있다. 공의 회전과 속도, 타이밍의 미묘한 차이가 만들어내는 긴장은 삶의 균형과도 닮아 있다.


작가는 말한다. 탁구가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잠시 그 문제로부터 벗어나 숨을 고르게 해줄 수는 있다고. 작은 공을 따라 움직이는 동안 생각의 무게도 함께 가벼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탁구를 읽자』는 스포츠 에세이이면서 동시에 자기 회복에 관한 기록이다. 몸을 움직이는 행위가 마음을 바꾸는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독자에게도 작고 하얀 공 하나를 건넨다.

책장을 덮을 즈음 독자는 이런 문장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도 한 번, 탁구를 읽어볼 수 있지 않을까.

박상봉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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