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포경수술과 인권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5-09 22:14


포경수술과 인권





2차대전 당시 나치가 유대인 남자를 확인하는 손쉬운 방법 중 하나가 할례, 즉 포경수술을 했는지 여부였다. 신체검사 결과 남근 귀두의 포피가 제거되지 않았다면 그는 100% 유대인이 아니다. 유대인 남자는 3,500년 전부터 모세의 율법에 따라 생후 8일째 의무적으로 할례를 받기 때문이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남자는 다 할례를 받으라’라고 되어 있고 예수와 그의 제자 바울도 하느님과 인간간 계약의 증표로 묘사된 이 의식을 치른 것으로 성서는 전하고 있다.


이슬람교도들도 마호메트가 포피없이 태어났다고 알려진 뒤 포경수술이 전통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아프리카 등 일부 국가에서는 어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 차원에서 포경수술이 행해지기도 했다. 알렉스 헤일리의 영화 ‘뿌리’에서 주인공 킨타쿤테가 장마철이 10번 지난 뒤 다른 또래 소년들과 함께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 받은 ‘카사스보요’ 수술이 바로 그 것이다.



기원 전 4000년쯤에 이집트에서 이미 행해진 것으로 알려진 포경수술이 현대적 의미의 정식 의료행위로 허가를 받은 것은 1949년 미국에서다. 포경수술을 받은 남자가 성병에 걸릴 위험이 적다는 논문이 발표된 것이 계기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많다. 이 때문인지 포경수술이 보편화된 미국과 이스라엘, 회교국을 제외하면 영국 6%, 일본·덴마크 2% 등 세계적으로 따져 20% 미만이다. 오히려 최근들어 성적으로 예민한 조직을 아이의 동의 없이 잘라내는 처사는 비윤리적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40대 미만 남자 중 80%, 고교생 이하는 90% 이상이 포경수술을 받아 세계 최고 시술률을 보이고 있다. 요즘도 방학만 되면 비뇨기과 전문의들이 눈코 뜰 새가 없고 군대 위생병들이 고참 사병의 포경수술 압력에 골머리를 앓는다니 그럴 법도 하다. 엊그제 포경수술이 성기학대라며 반대해온 우리나라 의사 3명이 국제포경수술정보기구(NOCIRC)로부터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한다. 돈벌이에 급급한 일부 의사와 ‘뭐가 좋다’ 하면 무조건 따라해야 직성이 풀리는 의료문화에 경종이 아닐까 한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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