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폐기물공장 대형 화제 때 대원들 대신 2시간 집중 방수…"불길 속 화점까지 진입"
강한 열기로 철골 구조물 붕괴 우려 상황서 활약…"대형공장·지하주차장 화재 역할할 것"
무인 소방 로봇 '단비' 투입 [충남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홍성=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대원들이 밖에서 물을 뿌리던 상황에서 단비가 더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지난 5일 새벽 충남 금산군 군북면 생활폐기물 처리공장 화재 현장에 투입된 무인 소방 로봇 '단비'를 운용한 고경환 충남소방본부 119특수대응단 소방위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0시 59분께 발생한 불은 한때 대응 1단계가 발령될 만큼 거세게 번졌다.
공장 안팎에 쌓인 폐기물이 타오르고 강한 열기 탓에 철골 구조물이 휘거나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소방대원들은 건물 밖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이때 현장에 출동한 충남소방본부 119특수대응단의 단비가 화점 가까이 들어갔다.
충남에서 무인 소방 로봇이 실제 화재 현장에 투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비는 대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점까지 들어가 2시간가량 머물며 집중 방수 작업을 했다.
현장 영상에는 폐기물 더미 위로 불길이 번지는 가운데 단비가 공장 내부 화점 가까이 접근해 물을 뿌리는 모습이 담겼다.
주변은 짙은 연기와 수증기로 가득했고, 천장 쪽 철골 구조물 아래로 불길이 번지고 있었다.
고 소방위는 "이런 대형 화재에는 무인 소방 로봇이 도움이 된다고 본다"며 "현장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고, 사람이 들고 방수하는 것보다 많은 양의 물을 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현장에 함께 출동한 민세영 충남소방본부 119특수대응단 소방장은 "폐기물이 많이 쌓여 있어 불이 크게 난 상태였다"며 "겉불은 줄었지만 내부에 열이 남아 이후에는 굴삭기로 폐기물을 걷어내며 물을 뿌리는 작업이 이어져야 했다"고 말했다.
무인 소방 로봇 '단비' [충남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단비의 가장 큰 효용은 고열과 짙은 연기로 소방대원이 접근하기 어려운 화재 현장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단비는 섭씨 800도의 고온을 견딜 수 있도록 차체 외부 분무 시스템과 특수 타이어를 장착한 2.3t 규모의 무인 소방 로봇이다.
실제 화재 현장에서는 열기로부터 장비를 보호하기 위한 방열 커버를 씌운 채 투입됐다.
단비는 또 차체 주변으로 물을 뿌려 열기를 낮추고 내부 전자기기와 차체 손상을 줄이며, 카메라·레이더·라이다 등을 활용해 짙은 연기 속 화점이나 구조 대상자를 찾을 수 있다.
민 소방장은 "로봇 내부 전자기기나 차체가 열로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물이 기화하면서 주변 열을 흡수해 차체 온도를 낮추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단비에는 공기가 들어가지 않는 에어리스 타이어가 장착돼 펑크로 기능을 잃을 위험을 줄였다.
6개 바퀴가 모두 구동돼 제자리 회전도 가능하고, 차체에 소방호스 2개를 추가로 연결해 주변 대원들이 함께 방수할 수도 있다.
물탱크차와 소방호스로 연결해 많은 양의 물을 안정적으로 뿌릴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폭 2.1m, 길이 3.4m, 높이 1.9m, 무게 2.3t 규모인 단비는 물탱크차에서 공급받은 물을 소방호스로 연결해 화점 가까이에서 방수한다.
일반 대원이 강한 수압의 대형 소방호스를 장시간 들고 버티기는 어렵지만 단비는 호스를 연결한 상태로 화점 가까이 접근해 안정적으로 방수할 수 있다.
고 소방위는 "대원이 직접 들기 힘든 호스를 연결해도 로봇은 그대로 버티며 물을 뿌릴 수 있다"며 "물만 충분히 지원된다면 화세를 빨리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짙은 연기 속에서도 화점을 확인할 수 있는 시야 개선 카메라도 실제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였다.
운용자는 로봇을 직접 보지 않고 모니터 화면을 보며 무선으로 조종한다.
고 소방위는 "물을 뿌리면 수증기가 올라와 앞이 잘 보이지 않지만, 카메라를 통해서는 화점을 계속 확인하며 방수할 수 있었다"며 "이번 현장에서 가장 유용했던 기능은 물대포와 시야 개선 카메라였다"고 말했다.
다만 첫 실전 투입인 만큼 평가는 신중했다.
훈련은 상황을 미리 알고 진행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대원과 장비, 장애물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해 긴장감이 훨씬 컸다는 게 현장 대원의 설명이다.
장비 가격이 대당 24억원에 달해 보급 확대에는 부담이 있다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현재 충남에 배치된 단비는 1대뿐이다.
충남소방이 직접 구매한 장비는 아니며, 소방청과 현대차그룹 협약에 따라 기증받았다.
고 소방위는 "한 번의 투입만으로 평가하기에는 아직 조심스럽고, 데이터가 더 쌓여야 한다"며 "다만 창고나 대형 공장 화재에는 적합한 장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 소방장도 "소방관이 위험한 현장에서 순직하는 사고가 있는 만큼,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내부에 진입할 수 있는 장비로 발전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충남119특수대응단은 앞으로 도내 공장·창고 화재와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등에 단비를 활용할 계획이다.
고 소방위는 "지하주차장 화재는 대원들이 들어가는 데 부담이 크고 물탱크차도 진입하기 어렵다"며 "단비는 지하주차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짙은 연기 속에서도 앞을 볼 수 있어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첫 현장 투입 경험을 토대로 운용 매뉴얼과 표준작전 절차도 마련할 계획이다.
충남소방 관계자는 "개선 사항을 수렴해 현장 상황에 필요한 매뉴얼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현장 투입된 '단비' 소방로봇 단비가 화재 현장에서 불을 끄고 있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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