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집·도로변서 잇단 학대 피해…경찰에 '긴급격리권' 부여 요구도
정부, 반환 요건 강화·사육금지제 입법화 추진
서울 영등포구 한 가정집에서 동물학대를 당한 반려견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인스타그램 캡처]
(서울=연합뉴스) 김세린 기자 = 최근 전국 곳곳에서 동물 학대 사건이 잇따르면서 현장 대응 체계와 재발 방지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 학대 처벌은 강화됐지만, 학대 예방과 피해 동물 보호를 위한 구조 현장 대응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반복 폭행에 나뭇가지 학대까지…긴급 격리·증거 확보 과제
14일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영등포구의 한 가정집에서 학대당한 반려견 2마리가 긴급 구조돼 동물병원으로 옮겨졌다.
구조된 시츄는 과거 학대로 한쪽 안구를 적출한 상태였으며 또 폭행당해 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검진 결과 남아 있던 한쪽 눈마저 손상돼 시력을 잃었고 중증 빈혈과 다리 부종 증세도 확인됐다고 라이프는 설명했다.
라이프는 해당 개들의 소유권을 넘겨받아 보호 중이며 관련 학대 행위에 대해 고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광주에서 긴급 격리된 피학대 동물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인스타그램 캡처]
앞서 지난 3일에는 광주 서구의 한 도로변에서 한 남성이 반려견으로 추정되는 개를 끌고 가며 나뭇가지로 여러 차례 때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해당 남성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며 피해 동물은 긴급 격리됐다.
광주 서구청과 라이프는 협의를 거쳐 12일 견주로부터 소유권 포기 의사를 받아냈으며 해당 동물은 보호단체로 인계될 예정이다.
이들 사건을 계기로 경찰과 지자체 간 동물 학대 대응 체계의 공백이 드러났다고 라이프는 지적했다.
라이프 측은 "학대 현장에서는 경찰과 지자체의 정보 공유와 증거 확보 등 협업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사건 발생 즉시 수사기관과 행정기관이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물학대의 고의성을 법적으로 입증하려면 사건 초기 피해 동물에 대한 전문적인 수의학적 진단 자료가 필수적"이라며 "해외 사례처럼 경찰에 피학대 동물 긴급 격리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동물학대 신고를 받고 구조된 뒤 병원에 입원한 반려견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인스타그램 캡처]
◇ 반환 요건 강화·사육금지제 추진…정부, 재발 방지책 정비
정부는 동물학대 예방 조치를 강화하기 위한 관련 법령 정비를 추진하고, 학대 범죄에 대한 적정 처벌 체계 마련에도 나설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제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2025∼2029)'에 따라 동물 학대자로의 동물 반환 요건을 강화하고, 반환 시 사육계획서 이행 여부 점검도 강화할 계획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학대 피해 동물의 소유자가 동물을 반환받으려면 지방자치단체에 보호 비용을 납부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사육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해당 동물의 소유권은 지자체로 귀속된다.
다만 현행법상 동물이 재산으로 분류되는 만큼 학대 혐의자가 무죄 판결을 받을 경우 지자체의 소유권 제한 조치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비닐봉지로 머리 묶인 채 유기된 강아지 (부산=연합뉴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부산진구 골목에서 머리 부분에 비닐봉지가 씌워진 채 유기된 강아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사건 당시 발견된 강아지 모습. 2023.7.11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psj19@yna.co.kr
농식품부는 2027년 도입을 목표로 동물사육금지제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사육금지제는 중대한 동물 학대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해 일정 기간 동물 사육을 제한하는 제도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에서 시행 중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동물보호단체와 법률 전문가 등이 참여한 협의체와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으며, 법무부와 지자체 등 관계기관 의견 조회를 거쳐 법률안을 마련한 상태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 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관계부처 협의와 입법 절차를 거쳐 제도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새로운 제도인 만큼 현장 상황과 실행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지자체와 경찰청, 동물보호단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학대 관련 자료 제공과 공동조사 등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중대 동물 학대 사건 발생 시 신속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또 동물 학대 여부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지자체 수의법의검사기관 지정·운영을 확대하고 수의법의검사 체계 표준화와 전문인력 교육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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