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약국 인수하는데 3억6천만원?…권리금이 뭐길래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6-15 08:05

입지·시설·영업노하우 등의 대가…권리금 받는 상가 비율 절반 넘어


서울 핵심 상권은 수십억원대도…약국 경쟁 속 권리금 높게 형성


임대 안내문 내걸린 상가임대 안내문 내걸린 상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최근 병원이 있는 건물에서 권리금 3억6천만원을 내고 약국을 인수한 지 두 달 만에 병원이 문을 닫았다는 한 유튜버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논란이 됐다.


온라인에선 자신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는 자영업자들의 글이 잇따랐고 '약국 권리금이 저렇게 비싼가', '권리금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방법이 없나' 같은 댓글들도 달렸다.


권리금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일까. 권리금을 둘러싼 주요 분쟁 요인과 상가 건물 계약 때 주의사항 등을 살펴봤다.


온라인에서 권리금 분쟁으로 주목받은 제주 약사 부부의 유튜브온라인에서 권리금 분쟁으로 주목받은 제주 약사 부부의 유튜브 [유튜브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일종의 프리미엄…입지·설비·영업노하우 등에 붙어


권리금은 기존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영업상 이점을 넘겨주면서 받는 돈이다.


법적으로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에서 영업을 하는 사람 또는 영업을 하려는 사람이 영업시설·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이용대가로서 임대인, 임차인에게 보증금과 차임 이외에 지급하는 금전 등의 대가'로 정의됐다.


쉽게 말하면 상가건물의 임대료와는 별개로 기존 임차인이 해당 장소에서 장사하면서 쌓은 모든 가치를 이어받는 대가로 기존 임차인(임차권 양도인)이 다음 임차인(임차권 양수인)으로부터 받는 금액이다.


권리금은 '바닥권리금', '시설권리금', '영업권리금' 등 크게 3~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바닥권리금은 지리적 이익의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다. 장사는 입지가 중요한 만큼 입지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으로, 역세권이나 오래된 상권 형성 지역,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일수록 높다.


바닥권리금은 임차인 간이 아닌, 신규 분양하는 건물에서 상가 주인이 요구하기도 한다.


시설권리금은 기존 임차인이 설치한 인테리어나 각종 설비에 대한 대가로 지불하는 금액이다. 기존 인테리어·설비에 대한 매매대금 성격이다.


기존 임차인의 투자로 해당 상가의 가치가 올라갔다면 언뜻 임대인에게 이 비용을 청구해야 할 것 같지만, 대부분의 상가 건물 임대차 계약에는 '원상회복' 특약이 있기 때문에 임대인에게 이를 요구하기란 어렵다. 대신 시설권리금이라는 이름으로 다음 임차인이 부담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영업권리금은 기존 임차인이 쌓은 영업 노하우나 고객 등 무형자산을 이어받는 데 대한 대가에 해당한다. 예컨대 기존 임차인이 운영하던 매장이 입소문이 나서 고객이 많다면 다음 임차인이 이를 이어받았을 때 현재의 수익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대신 그만큼의 대가를 권리금 형태로 기존 임차인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이 외에 영업허가권이나 대리점 계약자의 지위를 이어받음으로써 지급하는 '허가권리금'도 있다. 일례로 행정당국의 인허가 제한이나 특정 프랜차이즈의 지역 할당 정책으로 동종 업종의 추가 진출이 어렵다면 이런 이점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다. 허가권리금은 영업권리금에 포함되기도 한다.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상가 건물 절반에 권리금…초기 투자 때는 대개 임대료보다 높아


권리금은 입지가 좋거나 인테리어가 잘 돼 있고, 손님이 많은 일부 상가에만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상가건물 임차 때 권리금이 있는 경우가 없는 경우보다 많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업종별 상가 권리금 유비율(권리금을 받는 상가 비율)은 54.6%였다.


업종별로 보면 숙박 및 음식점업이 70.0%로 가장 높고, 부동산 및 임대업(62.3%),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56.4%) 순으로 뒤이었다.


지역별로는 대전이 70.7%로 권리금 유비율이 가장 높았고 이어 경기 69.6%, 광주 67.3%, 제주 60.8% 등의 순이었다. 서울은 54.8%를 기록했다.


일부 지역은 상가 초기 투자 비용에서 권리금의 비중이 가장 크다.


지난해 12월 발간된 '부동산학연구'에 수록된 '상가권리금의 개념과 유형 : 유형별 권리금의 결정요인을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서울시 상가임대차 실태조사에서 평균 초기 투자금 1억1천500만원 가운데 보증금은 4천20만원(37.8%), 권리금은 4천340만원(35.0%)으로 권리금이 보증금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원의 작년 통계에서 전국의 평균 권리금은 3천394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이 4천938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2022~2025년 시도별·업종별 상가권리금2022~2025년 시도별·업종별 상가권리금 [R-ONE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이는 평균치일 뿐, 핵심 상권의 권리금은 수십억원에 이르기도 한다.


상가를 전문으로 중개하는 한 공인중개사무소가 매물 홍보를 위해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보면 서울 명동 중앙로에 있는 90~165㎡(30~50평) 규모 매장의 월 임대료는 1억5천만~2억원, 권리금은 5억~10억원선이다.


입지만큼 업종에 따른 권리금 차이도 크다.


동네 미용실이나 분식집은 권리금이 일반적으로 수백만~수천만원 수준이지만 카페나 프랜차이즈 매장은 이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병원 바로 앞에 위치한 '문전 약국'의 권리금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른다는 것이 업계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약국은 권리금이 높은 업종으로 분류되고 특히나 문전약국은 안정적인 매출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권리금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편이다.


제주 약국 사례를 두고 권리금이 3억6천만원이나 된다는 사실에 놀라는 반응도 있으나 업계에서 볼 때는 이례적으로 많은 액수는 아니라고 한 전문가는 밝혔다.


약국·상가 임대차 관련 분쟁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 J&K의 김재윤 대표변호사는 "서울 시내 위치가 좋은 약국 자리는 권리금만 25억~30억원에 이르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한 현직 약사도 "최근 약국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권리금을 내더라도 매출이 나오는 곳을 확보하려는 분위기다"라면서 "그렇다 보니 권리금이 더 오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명동 거리명동 거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에도 분쟁 여전


권리금은 이미 오래전부터 관행으로 자리 잡았으나 2015년에야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왔다.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을 거부하거나 임차를 방해해 기존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등의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정부가 자영업자의 임차권 및 권리금 보호 내용이 담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권리금 회수 기회를 법적으로 보장하면서다.


그전에는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점하면서 임차인들이 수억원의 권리금을 날리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권리금의 법적 정의도 이때 생겼다.


잇단 개정을 거치며 현재는 특별한 거절 사유가 없는 한 최초 임대차를 포함해 최대 10년까지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 또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 체결을 거부할 때는 임차인이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임대료 인상 항의문임대료 인상 항의문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법 개정에도 권리금을 둘러싼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은 여전히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자영업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는 바람에 보증금이나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했다거나 임대인의 과도한 임대료 인상 요구로 신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권리금을 못 받는 상황에 처했다며 법적인 조언을 구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권리금을 둘러싼 임차인 간 갈등도 비일비재하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권리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매출을 부풀리거나 상권 분석이 사전에 고지한 내용과 다른 점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권리금 반환을 요구하는 경우다.


약사 겸 변호사인 이일형 법률사무소 리오 대표변호사는 "요새 이런 경우가 조금 많아진 것 같다"면서 "약국도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이런 사건이 가끔 일어난다"고 말했다.


상권을 믿고 들어갔지만 해당 지역 전체가 재개발되면서 10년 계약 기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경우나 건물 누수 등의 하자를 숨기고 다음 임차인에게 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김재윤 변호사는 덧붙였다.


이런 피해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변호사는 "약국 계약 때는 통상 1년 내 병원이 이전하면 권리금을 돌려준다는 내용의 특약을 계약서에 넣는데 특약이 없으면 계약 체결 이후 일어난 상황은 양수인이 떠안아야 한다는 위험이 있다"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공인중개사의 계약서만 믿고 계약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의가 필요하다. 변호사의 검토를 받으면 제일 좋지만 안되더라도 더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가 임차인 간 권리금 분쟁 발생 시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공인중개사가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 책임을 묻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공인중개사가 새 임차인이 재산상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도 계약했다면 도의적 책임을 져야겠지만, 몰랐다면 그것까지 책임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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