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90개 목표물 추가 공습…이란 부셰르 원전 인근에도 미군 발사체
이란, 쿠웨이트 패트리엇·바레인 유류고 타격…요르단에도 탄도미사일
호르무즈 마비·유가 요동…트럼프 "끝장낼 수도" 경고
미 중부사령부가 공개한 이란 공습 영상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카이로·서울=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김승욱 기자 = 미국이 사흘째 이란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특히 미국은 이란의 유일한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인 부셰르 원전 인근을 타격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이란도 주변 걸프지역 아랍국가에 이어 요르단의 미군기지까지 겨냥하면서 중동의 전운이 점차 짙어졌다.
양국의 무력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이 다시 크게 위축되고,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종전을 위한 평화 협상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8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란 해안선을 따라 방공 시스템, 해안 감시 자산, 미사일·드론 저장고, 해군 자산, 군사 보급 기반 시설 등 약 90개의 이란 군사 목표물을 타격했다"며 관련 폭격 영상을 공개했다.
이번 공습은 이란 원자력 발전소 단지가 있는 부셰르를 비롯해 남부 주요 항구 도시들에 집중됐다. 9일에는 부셰르 원전 인근까지 미군의 발사체가 날아들었다.
부셰르주 정치·안보·사회 담당 부주지사는 "미군의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번 공격은 휴전 협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오늘 오후 부셰르 원전 주변부를 포함한 부셰르주 내 여러 지점이 미군의 발사체에 피격됐다"고 밝혔다.
원전 타격 및 피해 발생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밖에 이란 북동부 골레스탄주의 철도 교량과 이란 당국이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안장식을 준비 중이던 마슈하드행 길목의 교량도 미군에 피격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로 인해 이란 수도 테헤란과 마슈하드를 잇는 핵심 철도 노선의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고 이란 국영 TV가 보도했다.
이란 당국이 대규모 추모 인파를 수송하기 위해 대대적인 행렬을 준비하던 상황에서 핵심 철도 노선 운행이 전면 중단되면서 장례 일정과 물류 수송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철도 당국은 파괴된 선로와 교량을 보수하기 위해 긴급 복구팀을 현장에 급파하는 한편, 철도역에 발이 묶인 수천 명의 승객과 조문객들을 위해 급히 버스 등 대체 교통수단을 마련해 수송에 나섰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미국의 공습으로 파괴된 이란 철도 교량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군의 공습을 받은 '아크 타케 칸' 철도는 이란의 전략적 파트너인 중국 및 러시아와 통하는 핵심 무역 통로다.
투르크메니스탄과 카자흐스탄을 거치는 이 노선은 중국과 연결되는 중요한 육상 교통로 역할을 해왔다. 특히 올해 미국이 이란의 주요 항구를 봉쇄하면서 그 전략적 중요성이 한층 더 커졌다.
또한 지난 2025년 말부터 러시아 역시 이란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데 이 노선을 적극 활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은 이번 타격이 호르무즈 해협 내 상선 항행의 자유를 위협하는 이란의 군사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전은 전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소형선박 60여척 등 이란의 군사 목표물 80여곳을 타격한 데 이어 이틀째 단행된 공습이었다.
이틀 연속 미군의 공습으로 이란 전역에서 최소 14명이 숨지고 78명이 다쳤다고 이란 보건부가 공식 발표했다.
앞서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내 지정 경로를 벗어났다며 상선을 공격하자 지난 7일 남부 여러 거점을 공격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란의 이번 도발이 이란 지도부 내부의 심각한 분열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과의 평화 협상을 통해 국제 제재를 풀고 경제적 구제를 받으려는 실용주의파와 달리, IRGC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들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미국에 맞설 강력한 지렛대로 삼으려 하기 때문이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 장례식에 등장한 반미 플랜카드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군의 이날 추가 군사작전이 단행되자 이란도 중동 내 미군기지들을 겨냥한 또 다른 보복 공습을 가했다.
이란군은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페르시아만 일대 미군 기지를 겨냥한 대규모 드론 보복 공격의 세부 타격 목표를 공개했다.
이란군은 자국 드론들이 쿠웨이트에 배치된 미국의 패트리엇 미사일 방공 시스템과 카타르 내 미군 군사 위성 안테나 기지, 그리고 미 해군 제5함대 기지가 있는 바레인 내 미 육군 유류 저장소를 정확히 조준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바레인 전역에는 최소 두 차례 공습 사이렌이 울렸다. 쿠웨이트 군 당국은 날아오는 드론과 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해 방공망을 가동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은 9일 요르단에도 미사일을 발사하며 보복 반경을 넓혔다.
요르단 국영 통신 페트라에 따르면 이날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요르단 영공에 진입하면서 요르단 전역에 공습경보가 울렸다.
모함마드 모마니 요르단 공보장관 겸 정부 대변인은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요르단 영공을 침범함에 따라 공안국이 공습경보를 발령했으며, 해당 위협에 즉각 대응해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이날 요격된 미사일이 모두 8발이며, 인명 또는 물적 피해는 없었다고 전했다.
요르단 국영 방송 알맘라카 등은 이번 이란의 공격 목표물이 요르단 내 미군 기지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요르단 알아즈라크 공군기지를 겨냥해 10발의 탄도미사일로 타격했다면서 "미군이 침략을 되풀이한다면 역내 어떤 미군 기지도 우리의 강력한 화력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요르단을 향해 발사되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과 이란의 이번 공방은 종전 협상이 아슬아슬하게 명맥을 이어가는 와중에 일어나 특히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군의 이번 공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직접 서명했던 종전 양해각서(MOU)에 대해 "끝난 것으로 본다"고 발언하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튀르키예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이란 내 폭발 영상을 공유하며 "어제 이란이 선박들을 폭격한 것에 대한 응징이다. 이런 일이 재발하면 상황은 훨씬 더 나빠질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적인 군사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필요하다면 미군이 아예 끝장을 낼 수도 있다"며 발전소, 해수 담수화 시설 등 민간 기반 시설 타격과 이란의 석유 수출 기지인 하르그섬 공격 가능성까지 다시 언급했다.
종전 협상의 이란 측 주역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미국은 대가를 치르지 않는 협박과 약속 파기의 시대가 끝났음을 아직도 배우지 못했다"며 "당신들이 (우리를) 타격한다면, 똑같이 타격받을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당초 미국과 이란 간의 협상은 9일 하메네이의 장례 일정이 마무리된 뒤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이란 핵 프로그램 폐기 등의 난제들을 다루며 재개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번 공방으로 전면 보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양국의 군사적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은 통행이 사실상 거의 중단됐다.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이동은 이란이 승인한 북쪽 항로에서만 일부 관측될 뿐, 미국이 지원하는 오만 측 항로는 거의 멈춰 있다.
이번 무력 충돌은 국제 유가를 다시 요동치게 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79달러를 돌파했다가 소폭 조정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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