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서신

김지하 시인은 유신말기 감옥의 좁은 독방에 수감되어 있었다. 당시 그는 천장이 내려 앉고 사방의 벽이 좁혀 들어오는 ‘면벽증’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한다. 어느날 그는 창틈으로 날아든 민들레씨와 벽돌틈 사이에 뿌리를 내린 작은 나무를 보고 울음이 북받쳐 올랐다. 그리고 하늘의 소리처럼 ‘생명’이란 글자가 다가왔다는 것이다. 생명의 의지와 신비에 대한 우주적 교감이었을까. 감옥은 그에게 선방(禪房)과도 같은 역할을 한 셈이다.
감옥에는 소크라테스 같은 위인에서부터 패륜의 범죄자까지 온갖 사람들이 수감되어 왔다. 많은 죄수들은 감옥에서 범죄에 대한 내성(耐性)을 키우고 나간다. 반면에 마음과 정신의 단련을 이루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는 자신에 대한 성찰과 깊은 사유를 담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써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감옥에 갇혔던 소크라테스의 말들도 ‘파이돈’이나 ‘크리톤’에 담겨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남자로서 가장 치욕적인 궁형을 당한 사마천도 감옥에서 ‘사기’ 완성에의 피눈물나는 의지를 다졌을 것이다. 감옥은 역설적으로 영혼과 정신을 연마하는 학교이고, 사회와 역사의 발전을 위한 정신적 등대 역할도 했다.
옥중서신도 여기에 포함된다. 기독교의 초석을 쌓은 바울은 감옥에 있을 때 신자들에게 신앙의 길을 밝히는 편지를 써서 보냈다. 신약성경의 빌립보서, 에베소서, 골로새서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옥중서신’이라 불린다. 네루는 감옥에서 13살된 외동딸 인디라 간디의 생일선물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3년간 계속된 그의 편지가 바로 ‘세계사편력’이다.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가 옥중정치로 설왕설래 한 적이 있었다 칡덩굴처럼 얽히고 설킨 내란 범죄의 이면에는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온갖 변명을 통해 음습하게 오간 범죄들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그의 편지에는 국민에 대한 일말의 참회나 고백이라도 담겨 있었을까.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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