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고려장

고려장 설화에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손자가 등장한다. 아버지는 지게에 늙은 아버지를 지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손자는 지게를 다시 갖고 내려간다. 아버지가 이유를 묻자 ‘아버지도 늙으면 이 지게로 내다 버리려 한다’고 답한다. 이에 아버지가 뉘우치고 늙은 아버지를 집에 다시 모셔 잘 봉양했다는 것이다.
이 설화는 불교 ‘잡보장경’에 나오는 설화와 비슷하다고 한다. 늙은 부모를 산 채로 내다버리는 고려장은 과연 역사적 사실일까. 팔만대장경을 조성한 불심 깊은 고려에서 고려장이 실제로 성행한 것 같지는 않다. 학자들도 고려장에 대한 기록이나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고려장은 효(孝)의 윤리를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설화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우리 사회의 뒤안길에서 병들고 힘없는 노인들이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가족들이 치매나 중풍 등을 앓는 노인들을 버린 채 ‘나몰라라’ 방치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어두운 치부로서 ‘현대판 고려장’인 셈이다. 한국사회가 고령사회로 다가갈수록 이같은 고려장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니 우려된다.
당나라 시인 두보는 인생 칠십은 예로부터 드문일(古來稀)이라고 노래했다. 하지만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전은 진시황이 그토록 얻고자 했던 ‘현대판 불로초’들을 만들어냈다. ‘고희’는 옛말이 된 지 오래이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이 이를 넘어섰으니 말이다. 인간은 한걸음 더 나아가 생명의 비밀인 유전자 지도를 해독했다. 그러나 아직 치매, 중풍, 암 등 여러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로서는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건강한 가족윤리의 확립과 함께 노인복지 등 고령화 사회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마련은 발등의 불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고려장은 설화가 아닌 우리의 현실로 그 뿌리를 깊게 내릴지 모른다. 밝고 건강한 ‘실버문화’를 가꾸는 것은 우리 앞에 놓여진 중요한 숙제임이 분명하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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