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조 산책] 꽃샘바람,이형자
꽃샘바람
작은 꽃 앞에서는
절로 낮아지는 몸
숨조차 멈추며
눈 맞춤 하려는데
저 바람
눈을 흘기며
어린 봄 흔들고 간다
ㅡ 이형자 作
◇ㅡ◇ㅡ◇ㅡ◇ㅡ◇ㅡ◇ㅡ◇ㅡ◇ㅡ◇
이형자의 「꽃샘바람」은 봄의 한복판에서 피어난 작은 꽃과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마음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짧은 시 속에 자연에 대한 경외, 생명의 연약함, 그리고 겸손의 미덕이 고요하게 담겨 있다.
첫 구절에서 화자는 작은 꽃 앞에 선다.
작은 꽃 앞에서는
저절로 낮아지는 몸
‘작은 꽃’은 비록 크기는 미미하지만 하나의 완전한 생명체이다.
화자는 그 앞에서 의도적으로가 아니라 ‘저절로’ 몸을 낮춘다. 이 표현은 진정한 겸손이 형식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는 자연스러운 태도임을 보여 준다.
이어지는 구절은 꽃과의 깊은 교감을 드러낸다.
숨조차 멈추며
눈 맞춤 하려는데
숨을 멈춘다는 것은 존재 전체를 집중시키는 행위이다. 화자는 꽃을 대상이 아닌 대화의 상대로 바라본다. 인간과 자연이 서로 마주 보는 경건한 순간이 펼쳐진다.
그러나 그 조용한 만남은 꽃샘바람에 의해 흔들린다.
저 바람
눈을 흘기며
어린 봄 흔들고 간다
‘꽃샘바람’은 따뜻한 봄을 시샘하듯 찾아오는 찬 바람이다.
시인은 이를 ‘눈을 흘기며’라고 의인화해 마치 질투하는 존재처럼 표현한다. 그리고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어린 봄’을 흔들어 놓는다.
하지만 흔들림은 곧 성장의 일부이기도 하다. 봄은 바람을 견디며 더 단단해지고, 꽃은 흔들리면서도 끝내 제 자리를 지킨다.
우리의 삶 또한 마찬가지다. 시련은 잠시 스쳐 지나가지만, 생명은 그 흔들림 속에서 더욱 깊어진다.
이 작품은 작은 존재 앞에서 몸을 낮추는 마음의 자세를 통해 인간의 품격을 말한다. 또한 바람에 흔들리는 어린 봄을 통해 연약한 존재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일깨운다.
결국 「꽃샘바람」은 우리에게 조용히 전한다. 작은 것 앞에 겸손할 줄 아는 사람만이 삶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볼 수 있으며, 흔들리는 존재를 끝까지 사랑할 수 있다고.
짧은 시 한 편 속에 봄의 떨림과 인간의 겸허함, 그리고 생명을 향한 깊은 존중이 맑고 투명하게 빛나는 작품이다.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헤드라인 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