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속 고무방호복 하루 20차례 입어, 숨 막히는 사투
7월 5천건 제거, 벌 활동시기 이상기온최 속 한 달 빨라져
벌집제거하는 소방관 [이성민 촬영]최용대기자 = 여름철 소방관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두터운 방화복만이 아니다. 통풍이 되지 않는 고무 재질의 벌집방호복 역시 폭염 속에서 소방관들을 지치게 한다.
소방관들은 여름철 하루 적게는 5건에서 많게는 20건가량 벌집을 제거하러 출동한다.
폭염경보가 이어진 3일 오전 11시 15분께 청주 상당구 월오동의 한 호박밭에서 방호복을 입은 소방관들이 벌집을 제거했다. 현장에 함께 출동한 기자 역시 소방관들과 마찬가지로 방호복을 입고 작업을 참관했다.
머리부터 발목까지 덮는 고무 재질의 방호복을 입자마자 숨이 턱턱 막히는 듯했다. 목 부근의 망사 부분이 유일한 숨통이었다.
산자락 아래 위치한 밭이라 무덥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늘 한 점 없는 뙤약볕에 그대로 노출됐다.
기온은 33.3도. 방호복 안에서는 땀이 쉴 새 없이 흘러 눈 앞을 가렸고, 호흡마저 이내 가빠지면서 현기증까지 느껴졌다. '온열질환자들이 이렇게 쓰러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기자가 벌집방호복 착용한 모습 [이성민 촬영]
다행히 첫 벌집 제거는 5분 만에 가뿐히 마무리됐다.
성인 주먹만한 벌집은 호박밭 옆 경사면의 작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었는데, 소방관들은 비닐봉투로 벌집을 재빨리 감싸 5분 만에 제거했다.
하지만 인근 경사면의 두 번째 벌집은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감싼 채 만들어져 작업이 쉽지 않았다.
소방관들은 벌집에 감싸여 있는 나뭇가지를 떼어낸 뒤 벌들이 벌집으로 들어가기를 기다렸다가 비닐로 통째로 감쌌다.
땅속에 묻혀 있던 부분은 전용 살충제를 뿌려 마무리했다.
20분의 작업을 마친 뒤 방호복을 벗자 바지까지 흠뻑 젖을 정도로 온몸이 땀으로 뒤덮였다.
방호복을 입기 전의 더위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전신이 후끈거렸다.
바지까지 젖은 기자의 모습 [이성민 촬영]
작업에 참여한 민모 소방위는 줄줄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으며 "외부 출동은 무더운 여름철에 가장 힘든데, 벌집 제거도 이 시기에 집중돼 정말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에 많게는 20번씩 방호복을 입었다 벗었다 하는데, 땅속 벌집의 경우 삽까지 동원해 1시간 넘게 작업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황재운 소방장은 "소방관들이 방화복만큼 많이 입는 게 벌집방호복인데, 한 번만 입어도 온몸이 홀딱 젖는다"며 목으로 줄줄 흐르는 굵은 땀방울을 연신 훔쳤다.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벌집 제거 출동은 지난 5월 415건에서 6월 1천524건, 7월 4천957건으로 급증했다.
벌은 통상 7월부터 9월까지 왕성하게 활동하지만, 올해는 이상기온의 영향으로 활동 시기가 예년보다 한달가량 앞당겨진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벌쏘임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월 24일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한 밭에서 50대 남성이 벌에 4차례 쏘여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지난달 11일에는 70대 남성이 충주시 앙성면의 자택 마당에서 벌에 쏘여 심정지에 빠졌다. 지난 6∼7월 충북에서 발생한 벌쏘임 환자는 모두 210명에 달한다.
땀범벅이 된 기자의 얼굴 [이성민 촬영]
소방 당국은 벌집을 섣불리 건드리면 벌에 쏘일 수 있기 때문에 자극하지 말고 119에 곧바로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 소방장은 "벌의 독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위험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며 "만약 벌이 달려들면 그늘진 곳으로 피해 낮은 자세로 엎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벌에 쏘이는 사고를 예방하려면 화장품이나 향수 사용을 줄이고 화려한 색의 옷을 입지 말아야 한다"며 "벌에 쏘인 후 호흡 곤란이나 발열 등이 발생하면 신속히 병원을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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