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싱크넥스트 '그렇게 바람이 불었고 나는 두 형을 먹었다'
음악극 '그렇게 바람이 불었고 나는 두 형을 먹었다'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가 새로운 주제 의식을 내세운 음악극으로 재탄생한다.
오는 15∼17일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는 음악극 '그렇게 바람이 불었고 나는 두 형을 먹었다'는 친숙한 동화의 서사를 해체해 재구성했다.
작품은 세종문화회관이 실험적 공연을 소개하는 시리즈인 '싱크 넥스트'(Sync Next) 일환으로 기획됐다. 작곡가 이하느리가 음악감독을 맡고 신예훈, 이한이 작곡에 참여해 전자음과 성악 등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진 음악을 선보인다.
모티프는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에서 따왔다. 첫째·둘째 형을 잡아먹은 늑대를 막내 돼지가 기지를 발휘해 물리치고, 오히려 늑대를 잡아먹는다는 원작 줄거리를 차용했다.
그러나 작품은 아기돼지가 나쁜 늑대를 물리친다는 원작의 권선징악적 주제 의식에서 벗어난다. 대신 첫째·둘째 돼지를 잡아먹은 늑대를 막내 돼지가 먹음으로써 세 형제가 서로의 경계를 침식하는 과정을 통해 욕망, 두려움, 폭력 등을 담아낸다.
무대 공간 연출가 양정욱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공연 간담회에서 이 작품의 시노그라퍼 양정욱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토대로 하지만, 일부러 등장인물 간 구별을 흐리게 해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도록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시노그라퍼는 시각적 극작 담당자로 무대 미술을 넘어 공간 전체를 연출한다.
작품에서 세 마리의 돼지는 각각 독립된 캐릭터가 아니라 경계가 불분명한 뒤섞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세 형제를 결합하는 것은 포식 행위다.
양정욱은 "막내 돼지는 첫째와 둘째를 먹은 늑대를 아궁이에 빠트려 잡아먹는데, 결국 자신이 먹는 것은 (늑대 뱃속에 있는) 형"이라며 "이 행위를 부각해 막내가 형제들을 흡수하는 과정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극 중 첫째 돼지는 장애를 가진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막내 돼지가 늑대를 잡아먹으며 첫째의 특성을 흡수해 같은 장애를 갖게 되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정체성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아서 각 캐릭터의 얼굴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의도적으로 가려진다. 관객은 움직임이나 행동으로 인물을 유추할 수 있다.
공연은 서사적 내용을 가진 하나의 이야기로 흐른다기보다 첫째 돼지에서 셋째 돼지에 이르는 정체성의 혼합을 단계적으로 그려낸다.
이번 공연은 인터미션(중간 휴식) 부분까지 극의 일부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15분간의 인터미션 동안 무대는 설치미술 전시 공간처럼 바뀌게 된다.
양정욱은 "'인터미션에 관객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자'는 계획"이라며 "서비스 극 비슷한 개념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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