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국경 폐쇄하고 반이민 정책 성과 부각
스페인 세우타에 모인 모로코 이주민들 [EPA=연합뉴스. 재배포 및 DB 금지]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모로코 이주민의 스페인 세우타 난입 사태 직후 이탈리아가 즉시 국경 간 이동 제한 조치를 발표하는 등 강하게 대응하고 있어 그 배경이 관심을 끈다.
4일(현지시간) 안사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탈리아 내무부는 올해 바다를 통해 이탈리아로 들어온 이주민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5% 줄었다고 밝혔다. 조르자 멜로니 정부가 출범한 2023년과 비교하면 약 82% 줄었다고 부연했다.
이 통계는 이탈리아 정부가 세우타 사태를 두고 스페인 정부와 갈등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스페인 정부가 이탈리아를 겨냥해 "(이주민 문제와 관련)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하자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스페인 외무장관에게 내가 아니라 숫자가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무부 통계는 다양한 양자 협정과 합법적이고 안전한 이주 경로를 개발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는 세우타 사태 직후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며 스페인을 겨냥한 비판 여론을 주도했다. 세우타 사태가 알려지자마자 유럽 29개국 간 자유로운 물적·인적 이동을 보장한 솅겐조약을 스페인에만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며 관계기관을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스페인 국경 폐쇄 조치는 회의가 끝난 뒤 반나절 만에 서둘러 발표됐다. 인접국 프랑스와 육상 검문도 강화하는 등 간접적인 이주민 유입 가능성에도 대응했다.
이탈리아는 스페인과 직접 국경을 맞댄 국가는 아니다. 게다가 세우타가 비록 스페인의 자치령이지만 지리적으로 북아프리카에 위치했다는 점에서 모로코 이주민의 이탈리아 진입이 단기간에 현실화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이탈리아의 발 빠른 강경 대응이 당장의 국경 무력화보다는 멜로니 연정의 정체된 지지율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EPA=연합뉴스. 재배포 및 DB 금지]
멜로니 정부는 올해 3월 사법개혁안 국민투표 부결에 이어 지난 달 선거제 개편안마저 좌초되면서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커진 상태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급부상하는 극우 정당 '국가의미래'는 멜로니 연정의 지지 기반 분열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 6월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국가의미래 지지율은 5.9%를 기록하면서 멜로니 연정의 주요 정당 중 하나인 '동맹'(5.8%)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달 초 여론조사에서는 7.1%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국가의미래를 창당한 로베르토 반나치 대표는 스스로를 '진정한 우파'로 부르며 우파 성향인 멜로니 정부보다 더 강경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이주민·난민 추방을 넘어 유럽의 인구 구성을 과거로 되돌리자는 취지의 '재이주' 정책이 대표적이다.
멜로니 정부가 세우타 사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서둘러 대응에 나서는 것은 우파에게 상징적인 이민 정책에서 국가의미래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한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도 스페인 정부에 날을 세우며 멜로니 정부의 대응에 힘을 싣고 있다. 집권 우파 정당 이탈리아형제들은 전날 스페인 정부의 이탈리아 비판을 "비현실적이고 위선적"이라고 비난했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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