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 더위」
용광로 달아 올라 복사열 펄펄 끓어
쇠뿔도 염소뿔도 허물 허물 녹는다
순리로
오가는 자연
잊고 살다 당했구나
편한 세상 좋다고 콧노래 불렀는 데
철부지 장난감들 부메랑 될 줄이야
아뿔사
신제품 찾다가
초가삼칸 태울라
/ 권 비오 作
◇ㅡ◇ㅡ◇ㅡ◇ㅡ◇ㅡ◇ㅡ◇
폭염은 더 이상 계절의 풍경이 아니다.
이 시조는 삼복더위를 소재로 삼았지만, 실은 인간 문명이 자연과 맺어 온 관계를 성찰하는 환경시조라 할 만하다.
첫 수의 "용광로 달아 올라 복사열 펄펄 끓어/ 쇠뿔도 염소뿔도 허물허물 녹는다" 는 현실을 넘어선 과장법이다. 그러나 이 과장은 허황되지 않다.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산불,가뭄을 경험하는 오늘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상징이다.
이어지는 "순리로 오가는 자연 잊고 살다 당했구나" 는 인간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오만을 꾸짖는다.
자연은 늘 균형을 회복하려는 힘을 지녔으며, 그 결과는 인간에게도 되돌아온다는 철학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둘째 수는 더욱 날카롭다.
"편한 세상 좋다고 콧노래 불렀는 데" 는 산업화와 문명의 풍요를 누려 온 현대인의 모습을 대변한다.
그러나 "철부지 장난감들 부메랑 될 줄이야"에서 '장난감'은 무분별한 소비문화와 환경을 해치는 각종 문명의 산물을 은유한다.
편리함만 쫓던 선택이 결국 인간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부메랑 효과'를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하였다.
종장의 "아뿔사 신제품 찾다가 초가삼칸 태울라"는 이 작품의 절정이다. '초가삼칸'은 단순한 집이 아니라 인간 삶의 터전이자 지구 공동체를 상징한다.
끝없는 소비와 개발 경쟁이 결국 우리가 살아갈 터전을 스스로 불태우는 결과를 낳았다는 자성의 외침이다. 짧은 한 구절 속에 기후위기의 본질을 응축해 놓았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자연을 피해자의 자리만이 아니라 인간에게 삶의 질서를 가르치는 스승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폭염도, 혹한도, 이상기후도 어느 날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재앙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이 쌓여 만들어 낸 결과일 수 있음을 일깨운다.
오늘날 기후위기는 어느 한 사람이나 한 나라만의 책임이 아니다. 산업화의 혜택을 누려 온 인류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과제이다.
이 시조는 환경보호를 구호처럼 외치지 않는다. 대신 "편리함 뒤에 숨어 있는 대가를 잊지 말라."는 묵직한 경고를 던진다.
결국 자연은 인간의 적이 아니다. 자연을 거스른 인간의 탐욕이 적이다. 「삼복더위」는 짧은 시조 형식 안에서 문명의 그늘과 기후위기의 원인을 성찰하게 만드는 시대의식이 살아 있는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현실 비판과 문학적 상징이 조화를 이루어 독자에게 깊은 울림과 책임 의식을 함께 전해 주는 수작이라 하겠다.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헤드라인 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