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범죄조직 '2차 풍선효과'…중앙아시아 동포사회 치안 '비상'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8-10 08:31

동남아시아 대대적 단속 피해 카자흐 등 중앙아로 거점 이전·확대 우려


재외공관들, 긴급 공지·전파…카자흐한인회 '코리안데스크' 설치 청원


경찰, 카자흐스탄 거점 한국인 스캠조직 검거경찰, 카자흐스탄 거점 한국인 스캠조직 검거 [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최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한국과 카자흐 정부의 합동작전으로 한국인 스캠(사기) 일당이 처음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대거 검거되면서 현지 동포사회와 재외공관이 추가 범죄 확산을 막기 위한 총력 대응에 돌입했다.


동포사회는 이번 검거 작전은 성공했지만, 조직을 일망타진한 게 아닐 수 있다며 구성원 일부가 인접 국가로 이동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실효성 있는 치안 인프라 구축과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10일 동포사회에 따르면 주우즈베키스탄 한국대사관과 주알마티 한국총영사관, 주키르기스스탄 한국대사관이 최근 잇따라 재외국민 안전 공지를 발표하며 범죄 조직의 거점 이전 가능성에 경고음을 울렸다.


특히 키르기스스탄 대사관은 최근 급증하는 해외 취업 사기와 피싱 스캠 범죄로부터 교민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 내용을 공식 홈페이지에 올리고, 한인 단체들을 통해 교민 사회에 예방 수칙을 신속히 전파했다고 밝혔다.


이들 조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터넷 커뮤니티,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중앙아시아 현지 단순 업무 고수익 보장', '항공권 및 숙식 제공'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청년층을 유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해외 취업 사기의 미끼로, 현지에 도착하면 여권을 강제로 압수당한 뒤 이동이 제한된 채 감금 상태에서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스캠 콜센터 업무에 강제 동원되는 사례로 이어지고 있다.


재외공관은 "단순 아르바이트 목적이나 호기심으로 참여했다 하더라도, 보이스피싱과 범죄 조직에 가담한 사실이 확인되면 국내외 법에 따라 엄중한 처벌의 대상이 된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그래픽] 카자흐스탄 진출 한국인 스캠 조직 검거[그래픽] 카자흐스탄 진출 한국인 스캠 조직 검거 [연합뉴스 자료 그래픽]


지난주 알마티에서 거대 스캠 조직이 정부 합동 작전으로 소탕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지 교민 사회와 각국 한인회는 사태의 여진을 예의주시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알마티에 거주하는 진재정 카자흐스탄 한인회장은 "규모가 큰 조직들이라 이번 검거 작전으로 전체 조직원이 모두 잡혔다고 볼 수는 없다"며 "초기에 확실한 대응과 사후 조처를 하지 않으면 조직들이 은밀히 거점을 재건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알마티에서 국경까지는 200여km 거리라 육로를 이용해 인접한 키르기스스탄 등으로 범죄 조직이 흘러 들어갈 수 있다"며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상대적으로 생활 수준이 낮고 현지 사법 환경이 취약해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기수 키르기스스탄 한인회장은 대사관과 긴밀히 공조하면서 교민 사회에 긴급 공지를 전파하고, 수상한 인물을 발견하면 즉시 대사관과 한인회에 신고하도록 안내했다.


김 회장은 "주변에서 지인을 사칭해 소액을 가로채는 문자 금융사기나 변종 사기 시도가 간혹 접수되고 있다"며 "동남아 스캠 조직이 카자흐스탄을 거쳐 북상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선제적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곽효선 우즈베키스탄 한인회장도 "피싱 범죄는 한인 사회가 직면한 매우 심각한 현안"이라며 "단속이 강화되면 주변국으로 이동하는 범죄 조직의 특성상 우즈베키스탄 역시 안전지대라 볼 수 없다"고 예상했다.


이어 "교민 단체 SNS 방과 한인일보 등을 통해 범죄 수법과 예방 요령을 지속해서 전파하고 있다"며 "대사관 및 현지 경찰과 적극 협조해 교민 안전망을 촘촘히 다져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 스캠 범죄 조직원들의 작업장 내부카자흐스탄 알마티 스캠 범죄 조직원들의 작업장 내부 [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중앙아 전역으로 범죄 지도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현지 교민들과 방문객들이 직면한 구조적 사법·행정 공백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언어 장벽과 현지 사법 체계의 한계, 자국민 편향적 수사 관행 탓에 우리 국민이 민·형사 사건에 휘말리거나 억울한 피해를 보아도 제대로 된 영사 조력이나 사법적 보호를 받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외교부 공식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34개국 52개 공관에 총 74명의 해외 경찰 주재관이 파견돼 있다. 자원 외교와 교민 경제의 거점인 중앙아 지역 전체에는 우즈베키스탄 대사관 소속 경감급 1명만이 파견돼 있다.


알마티 총영사관 등에도 외교부에서 파견한 해외안전 영사가 1명씩 근무하고 있으나, 급증하는 초국가적 지능형 범죄와 조직적 스캠 카르텔을 상대로 실질적인 수사 공조와 피해자 구제를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와 관련해 카자흐스탄 주요 한인 단체들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행동에 나섰다. 진재정 회장 등 현지 한인 단체장들은 이번 주 청와대와 외교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에 카자흐스탄 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촉구하는 청원을 낼 계획이다.


카자흐스탄 한인단체들은 청원서에 현지 경찰 권한과 연계된 실질적 수사 공조 체계를 구축해 초국가 범죄 거점화를 원천 차단하고, 사법 사각지대에 놓인 교민과 여행객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을 예정이다.


조만간 알마티 총영사관을 통한 공식 청원서 제출을 시작으로, 향후 온라인 청원 운동을 병행하며 범정부 차원의 결단을 끌어낸다는 방침이다.


온라인 사기범죄 (PG)온라인 사기범죄 (PG)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동포사회의 한 관계자는 "중앙아가 범죄의 온실로 변하기 전에 외교부와 경찰청 등 관계 부처가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개인의 주의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재외공관 인력 보강, 거점 국가와의 치안 공조 강화 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아 5개국 중 해외 취업 사기나 피싱 스캠 범죄와 관련해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 타지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의 동포사회와 재외공관 역시 현지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투르크메니스탄의 경우에는 장단기 한국인 비자 발급이 매우 까다로운 국가적 특성과 엄격한 출입국 통제 제도로 인해 외부 범죄 조직이 쉽게 접근해 거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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