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닌 현실의 일상이 된 가운데, 문학이 기후와 환경의 문제를 어떻게 감각하고 행동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문학상이 마련됐다.
제5회 시산맥기후환경문학상 공모전 포스터
계간 『시산맥』이 주관하는 제5회 시산맥기후환경문학상에 김숙영 시인과 윤석호 시인이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28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열린다. 두 시인에게는 각각 3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이번 문학상은 기후와 환경으로 인한 인류의 위기를 문학적 문제의식으로 인식하고, 작품을 넘어 실제적인 실천으로 이어가기 위해 제정됐다. 특히 올해 심사는 작품성 70%, 실천사항 30%를 반영해 진행됐다. 수상자들은 앞으로 ‘시산맥 지구별수비대’에 참여해 기후환경을 위한 활동에도 나설 예정이다.
올해 공모에는 163명의 시인이 참여했다. 예심을 거쳐 12편이 본심에 올랐고, 이 가운데 높은 점수를 받은 6편이 최종 심사 대상이 됐다. 본심위원들의 무기명 심사를 거쳐 김숙영의 「나는 끝까지 전설이다」와 윤석호의 「랜턴피시」가 공동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심사는 송용구(시인, 고려대 교수), 박민영(평론가, 성신여대 교수), 한명희(시인, 강원대 교수) 와 초대 수상자인 조영심 시인이 맡았다.
김숙영 수상자
김숙영 시인의 「나는 끝까지 전설이다」는 사라져가는 생명과 기후위기의 현실을 개인의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한다.
“숲이 삭제되고 / 강이 따뜻해지고 / 새들이 계절을 잃게 만드는” 현실을 바라보며 시인은 인간 역시 생태계의 일부라는 사실을 환기한다. 「연리지」에서는 공장지대와 맞물린 숲의 한쪽이 타들어가는 모습을 통해 생태계의 연결성을 드러내고, 「오블리주」에서는 나노 플라스틱에 숨이 막힌 물고기를 통해 인간의 소비와 환경오염의 관계를 직면하게 한다.
한명희 심사위원은 김숙영의 작품에 대해 “작고 약한 것들에 대한 연민”과 “존재의 근원에 대한 탐구”가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작품뿐 아니라 실천사항에서도 창의성이 드러났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김숙영 시인은 문학을 단순히 기후위기를 알리는 수단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는 ‘기후 문학 아카이브’를 핵심 실천 프로젝트로 제안하고, 사라져가는 생명과 생태환경의 기억을 문학으로 기록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기후시 창작 워크숍, 멸종위기 동식물과 해양생물을 기록하는 공공문학 프로젝트, 시민들의 작품을 모으는 기후 문학 아카이브, SNS 캠페인, 해양 정화와 시 낭독을 결합한 현장 활동 등이 그것이다. 환경보호를 넘어 ‘생명의 기억을 복원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김숙영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감사에는 언제나 책임이 따른다”고 밝히며 수상을 새로운 실천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연과 생명을 오래 기억하는 시를 쓰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윤석호 수상자
윤석호 시인은 기후위기라는 익숙한 주제를 심해 생물인 랜턴피시를 통해 새롭게 바라봤다.
수상작 「랜턴피시」에서 작은 심해어는 단순한 생물이 아니다. 심해와 도시의 반지하를 오가며 빛을 내는 존재로 형상화된 랜턴피시는 인간 사회와 자연 생태계의 연결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작동한다. 시인은 작은 물고기가 지구의 탄소 조절에 기여하는 생태학적 사실을 도시인의 삶과 결합해 인간과 자연이 서로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순환 속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박민영 심사위원은 「랜턴피시」가 심해의 작은 물고기와 반지하에 살아가는 도시인의 삶을 하나의 생태적 은유로 겹쳐 놓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함께 출품된 「창백한 푸른 점」과 「사피엔스와의 인터뷰」 역시 우주적 시선과 풍자적 화법을 통해 기후위기를 성찰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윤석호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기후와 환경 문제를 과학적 사실만으로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그 지점에서 인문학과 문학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상품의 가격뿐 아니라 그 상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적 비용까지 감각할 수 있도록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며, 문학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숙영 시인은 에어컨과 난방 온도를 조절하고, 물 사용을 줄이며, 분리배출과 재사용, 음식물쓰레기 감축, 텀블러 사용, 대기전력 차단 등 일상에서 가능한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윤석호 시인 역시 불필요한 의류 구매를 줄이고 전기를 절약하는 한편 물 절약과 음식물쓰레기 감축, 태양광 패널 설치 등 생활 속 실천을 제시했다.
이번 문학상의 의미는 수상작의 문학적 성취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기후환경문학상은 ‘기후환경을 소재로 시를 쓰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문학이 현실의 행동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심사위원들 역시 올해 응모작에서 작품성과 함께 실제 생활 속 실천을 보여준 사례들이 눈에 띄었다고 평가했다.
문정영 시산맥 발행인
문정영 발행인은 “기후환경문학상은 시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구의 기후 환경을 위하여 작은 실천과 행동으로 이어지는 초석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상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문학계뿐 아니라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후원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는 과학의 언어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통계와 수치가 위기의 규모를 알려준다면 문학은 그 위기가 한 사람의 삶과 하나의 생명에 어떤 얼굴로 다가오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제5회 시산맥기후환경문학상은 바로 그 지점에서 문학의 역할을 다시 묻는다.
시가 세상을 단번에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편의 시가 한 사람의 감각을 바꾸고, 바뀐 감각이 작은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문학은 기후위기 시대에 하나의 실천이 될 수 있다.
김숙영과 윤석호 두 시인의 공동수상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문학적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