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표절

한국문학사에서 여류문인으로 첫손에 꼽히는 허난설헌처럼 표절에 휘말린 경우도 드물다. 허난설헌의 표절을 처음으로 제기한 사람은 그녀와 같은 시대를 산 지봉 이수광이다. 그는 ‘지봉유설’에서 “‘난설헌집’ 가운데 ‘금봉화칠지가’는 명나라 시인의 ‘깨끗한 겨울은 유성이 흐르는 달밤이요, 그린 눈썹은 꽃비가 지난 봄뫼(春山)이어라’의 구절을 취한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밖에도 ‘유선사’는 당나라 시인 조당, ‘송궁인입도’는 명나라 당진의 시라면서 난설헌의 시작품 중 상당수가 위작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에서도 ‘난설헌집’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표절시비가 터져나왔다. 1652년 난설헌의 인물과 작품해제를 쓴 중국의 문인 전겸익은 중국인들이 난설헌의 시에 대해 경외감에 빠져들고 있으나 표절 흔적이 많으니 자세히 알아보라고 충고하고 나서기도 했다.
국내의 한 학자가 최근 난설헌의 시 상당수가 중국시의 표절이라는 충격적인 발표를 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천재적이며 독창적인 시를 남긴 난설헌의 명성이 전부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난설헌의 유언은 원래 한 작품도 남기지 말고 불에 태우라는 것이었다. 이를 동생 균이 자신의 기억력에 의존해 문집을 엮으면서 일어난 실수로 보는 견해가 많다. 그 실수가 고의든, 아니든 한국의 대표적인 여류문인이 표절시비에 휘말린 것은 ‘허씨와 같은 재주는 저절로 일대의 혜녀(慧女)가 되기에 충분한데도 표절로 인해 더럽혔으니 탄식할 일이다’라는 서포 김만중의 말처럼 마음 아픈 일이다.
한국 교수들이 미국 학술지에 표절한 논문을 발표해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학술지에는 ‘남의 아이디어를 훔친 더러운 짓’을 한 한국인 교수의 사과문이 함께 실렸다니 국내학계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대학생들의 리포트도 6개 이상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 표절로 여기는 게 선진국들의 요즈음 추세다. 학생도 아닌 교수가 저지른 이런 추태가 앞으로 대학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할 듯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