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은 거대한 도화지, 색깔 벼는 물감이 된다…'논 아트'의 비밀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8-22 09:31

유색 벼 한 포기 한 포기가 '픽셀'…관광·지역 홍보에도 활용


천리포수목원 '컬러 벼'천리포수목원 '컬러 벼' [충남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홍성=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최근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의 초록빛 논에 커다란 피아노 건반이 펼쳐져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검은 건반처럼 보이는 짙은 자주색 부분은 페인트를 칠한 게 아니다.


벼 자체가 짙은 보랏빛을 띠는 관상용 벼 '충남19호'다.


논을 도화지 삼아 색깔이 다른 벼를 도안에 맞춰 심으면 벼 한 포기 한 포기가 '픽셀'이 된다.


충남도 농업기술원은 최근 이런 '논 아트'에 활용할 관상용 벼 품종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충남19호는 줄기와 잎, 이삭이 모두 짙은 자색을 띠는 품종으로, 올해 천리포수목원에서 피아노 건반 모양의 논아트를 만드는 데 활용됐다.


도 농업기술원은 2012년 분화용 벼 '자관'을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잎색과 이삭색을 가진 관상용 벼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농업기술원은 예산·논산·당진에서 충남19호의 생육 특성과 재배 안정성 등을 확인하는 지역 적응시험도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 충남 지역에서도 이같은 '논 아트' 작품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처럼 색깔이 다른 벼를 이용한 '논 아트'는 이미 십 수 년 전부터 전국 곳곳에서 관광객의 눈길을 끌며 지역 홍보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뚱랑이와 세종대왕뚱랑이와 세종대왕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8월 '쌀의 날'을 앞두고 경기 여주시의 초록빛 논 한가운데 호랑이 캐릭터 '뚱랑이'가 모습을 드러내고, 조금 떨어진 논에서는 세종대왕이 미소를 지었다.


얼핏 보면 거대한 그림을 논 위에 그려 넣은 것 같지만 이 '거대한 논 그림'의 비밀 역시 색깔벼였다.


자주색·붉은색·노란색 등 서로 다른 색을 띠는 유색 벼를 미리 만든 도안에 따라 위치별로 심으면 모가 자랄수록 윤곽과 색이 또렷해지면서 거대한 그림이 완성된다.


2030부산엑스포 유치 기원하는 대형 논 그림2030부산엑스포 유치 기원하는 대형 논 그림 [부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에서는 2023년 8천610㎡ 규모의 논에 4가지 색상의 벼를 활용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그림을 만들었다.


지역 청년 농업인들이 도안에 맞춰 직접 모내기했고 벼가 자라면서 그림이 완성됐다.


가리왕산 국가 정원 유치 염원가리왕산 국가 정원 유치 염원 [정선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같은 해 강원 정선에서도 초록색 벼를 바탕으로 자주색·검은색·흰색 벼를 섞어 1만6천688㎡ 규모의 논에 가리왕산 케이블카와 지역 캐릭터 등을 표현했다.


벼의 생육 상태와 날씨, 계절에 따라 색과 모양이 달라져 그림의 분위기가 변하는 것도 논아트의 특징이다.


충남 19호충남 19호 [충남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논 아트'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농촌 관광과 지역축제, 지역 농특산물 홍보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괴산군은 2008년부터 유색 벼 논 그림을 선보이며 지역 홍보에 활용하고 있고, 김제에서도 지평선축제장을 찾는 관광객을 위한 볼거리로 논아트를 조성했다.


들녘 수놓은 말 그림들녘 수놓은 말 그림 [괴산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쌀을 생산하던 논이 거대한 도화지가 되고 색깔 벼는 물감이 된다.


모내기 때 심은 작은 모들이 여름을 지나 자라면 논 한가운데 수천㎡짜리 그림 한 점이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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