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색 벼 한 포기 한 포기가 '픽셀'…관광·지역 홍보에도 활용
천리포수목원 '컬러 벼' [충남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홍성=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최근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의 초록빛 논에 커다란 피아노 건반이 펼쳐져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검은 건반처럼 보이는 짙은 자주색 부분은 페인트를 칠한 게 아니다.
벼 자체가 짙은 보랏빛을 띠는 관상용 벼 '충남19호'다.
논을 도화지 삼아 색깔이 다른 벼를 도안에 맞춰 심으면 벼 한 포기 한 포기가 '픽셀'이 된다.
충남도 농업기술원은 최근 이런 '논 아트'에 활용할 관상용 벼 품종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충남19호는 줄기와 잎, 이삭이 모두 짙은 자색을 띠는 품종으로, 올해 천리포수목원에서 피아노 건반 모양의 논아트를 만드는 데 활용됐다.
도 농업기술원은 2012년 분화용 벼 '자관'을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잎색과 이삭색을 가진 관상용 벼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농업기술원은 예산·논산·당진에서 충남19호의 생육 특성과 재배 안정성 등을 확인하는 지역 적응시험도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 충남 지역에서도 이같은 '논 아트' 작품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처럼 색깔이 다른 벼를 이용한 '논 아트'는 이미 십 수 년 전부터 전국 곳곳에서 관광객의 눈길을 끌며 지역 홍보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뚱랑이와 세종대왕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8월 '쌀의 날'을 앞두고 경기 여주시의 초록빛 논 한가운데 호랑이 캐릭터 '뚱랑이'가 모습을 드러내고, 조금 떨어진 논에서는 세종대왕이 미소를 지었다.
얼핏 보면 거대한 그림을 논 위에 그려 넣은 것 같지만 이 '거대한 논 그림'의 비밀 역시 색깔벼였다.
자주색·붉은색·노란색 등 서로 다른 색을 띠는 유색 벼를 미리 만든 도안에 따라 위치별로 심으면 모가 자랄수록 윤곽과 색이 또렷해지면서 거대한 그림이 완성된다.
2030부산엑스포 유치 기원하는 대형 논 그림 [부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에서는 2023년 8천610㎡ 규모의 논에 4가지 색상의 벼를 활용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그림을 만들었다.
지역 청년 농업인들이 도안에 맞춰 직접 모내기했고 벼가 자라면서 그림이 완성됐다.
가리왕산 국가 정원 유치 염원 [정선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같은 해 강원 정선에서도 초록색 벼를 바탕으로 자주색·검은색·흰색 벼를 섞어 1만6천688㎡ 규모의 논에 가리왕산 케이블카와 지역 캐릭터 등을 표현했다.
벼의 생육 상태와 날씨, 계절에 따라 색과 모양이 달라져 그림의 분위기가 변하는 것도 논아트의 특징이다.
충남 19호 [충남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논 아트'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농촌 관광과 지역축제, 지역 농특산물 홍보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괴산군은 2008년부터 유색 벼 논 그림을 선보이며 지역 홍보에 활용하고 있고, 김제에서도 지평선축제장을 찾는 관광객을 위한 볼거리로 논아트를 조성했다.
들녘 수놓은 말 그림 [괴산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쌀을 생산하던 논이 거대한 도화지가 되고 색깔 벼는 물감이 된다.
모내기 때 심은 작은 모들이 여름을 지나 자라면 논 한가운데 수천㎡짜리 그림 한 점이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