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제청 조율 여부 두고도 "민정수석실과 협의" vs "일방적 통보"
'협의' 의미·범위 시각차…법조계 "실무단계서 조율했지만 접점 못찾아"
발언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4부 요인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6.8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관례를 깨고 대법관 후보를 서면 제청한 절차를 둘러싸고 대법원과 청와대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진실공방 양상을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면담 기회를 주지 않았고 서면제청 방식도 사전 협의가 된 것이라는 대법원 입장을 청와대가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구체적인 인식의 간극이 드러난 것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각각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하지만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조율을 거친 뒤 대통령을 찾아가 대면 제청하는 그동안의 관행에서 벗어나 서면 제청 방식을 택하면서 거센 논란이 일었다.
양측은 김성수 부장판사의 임명 제청에 대해서만 의견을 같이했을 뿐 손 부장판사에 대해선 불협화음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법원과 청와대는 이틀의 시차를 두고 엇갈린 입장을 전했다.
대법원은 지난 19일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발언을 통해, 청와대는 지난 21일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의 유튜브 채널 오마이TV 발언을 통해서다.
양측이 견해차를 보인 첫 번째 쟁점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면담에 관한 부분이다.
노경필 법원행장처장은 법사위에서 "청와대에 대법원장과 대통령 간의 만남을 요구했지만,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관례에 따라 대법관 제청을 위한 대통령 면담을 타진해보려 했으나 청와대 측에서 그럴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성기홍 수석은 "(노 처장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성 수석은 "'협의가 되면 만날 수 있느냐'라는 대법원 측의 문의가 있었고, 이에 대해 '협의가 되면 그때 논의하자'고 일반적인 답변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통상 대법원장과 대통령과의 면담은 물밑에서 제청할 후보를 조율한 뒤 일정한 합의에 도달했을 때 이뤄진다.
당시 양 기관 협의가 미진했던 만큼 의사 합치가 이뤄졌을 때 면담을 진행하겠다는 원론적인 절차를 말했을 뿐이라는 게 성 수석의 설명이다.
이들은 서면제청 방식 자체에 대한 조율이 있었는지를 두고도 서로 다른 견해를 보였다.
노 처장은 서면제청 방식 아이디어를 누가 냈느냐는 의원 질의에 "민정수석과 합의해서, 협의해서 정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면제청을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한 방식을 택한 것은 사전조율을 거쳤다는 취지로 노 처장은 말했다.
하지만 성 홍보수석은 이를 두고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성 홍보수석은 "대법관 제청의 일반적인 사항에 대해 논의한 사실은 있지만, 서면 제청 여부 등 구체적인 제청 방식에 대해선 협의 자체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조 대법원장이 서면제청한 것을 두고 "기존 관례를 벗어난 패턴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며 "전례가 없었던 헌정사 초유의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법원 [촬영 안 철 수] 2026.4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제청을 위한 사전 협의를 거쳤는지를 두고도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 처장은 손 부장판사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제청을 협의했느냐는 서영교 법사위원장 질의에 "협의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대법원 측이 서면제청 당일인 지난 18일에서야 손 부장판사에 대해 처음 언급했고, 이에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전했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국면에서 현재 대법원은 '협의했다'는 입장이지만 청와대는 대법원의 일방적인 '통보'였다고 말한다.
법조계에서도 양측이 실무 단계 소통에서 교집합을 찾지 못했다는 점에선 대체로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어느 수준에 이르러야 '협의'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는 견해가 엇갈린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대법원은 실무진 단계에서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니 두 사람이 독대해 협의해보자는 의사도 있었을 것"이라며 "통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실무 단계에서 조율이 됐겠지만,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재판받는 상황인 만큼 조율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의를 시도해보다가 되지 않으니 서면 제청을 한 것"이라며 "대법원으로서는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했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김선택 고려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통상적인 방식에 따르면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면담은 사전 조율을 마친 뒤 사법부가 입장을 설명하고 대통령은 그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위"라고 짚었다.
이어 "협의가 되지 않았는데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면담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