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풍경(23)] 외로운 별, 권 비오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등록 2026-08-24 05:46



외로운 별 

주민등록 떼 보니
나 홀로 달랑있어

아 그렇지 그 사람
저 하늘 별 되었지

빈 집에
별 하나 따라와
별도 울고 나도 울고

/권 비오 作

* 상처(喪妻)한 분의 사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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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조의 가장 큰 특징은 거창한 죽음의 장면을 보여 주지 않고, 주민등록표라는 일상의 문서에서 사별의 현실을 발견한다는 데 있다.

평생을 함께 살아온 아내가 어느 날 행정상의 기록에서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자신만 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갑자기 ‘빈자리’가 되어 버린다.

“이녁은 어딜 가고 / 나 홀로 달랑있어”

첫 수는 매우 소박한 말로 시작한다. ‘이녁’이라는 호칭에는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부부 사이의 친밀감이 배어 있다. 또한 “달랑”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한 사람이 남았다는 사실을 넘어, 둘이던 삶이 하나로 줄어든 허전함을 절묘하게 드러낸다.

주민등록상으로는 단순한 숫자와 이름의 변화일 뿐이지만, 화자에게 그것은 함께 밥 먹고, 함께 잠들고, 함께 세월을 견뎌 온 사람의 부재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아 그렇지 그 사람 / 저 하늘 별 되었지”

여기서 현실의 슬픔은 하늘로 이동한다. ‘아 그렇지’라는 짧은 독백은 오히려 큰 울림을 준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인데도 기록을 통해 다시 마주하면서 잠시 잊었던 이별의 현실을 깨닫는 것이다.

특히 ‘별’은 죽은 이를 바라보는 가장 아름다운 상징 가운데 하나다. 땅에서는 떠났지만 하늘에서는 여전히 빛나는 존재다. 따라서 아내는 사라진 사람이면서 동시에 밤마다 바라볼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죽음으로 끊어진 관계를 ‘별’이라는 이미지로 다시 이어 놓은 것이다.

마지막 수는 이 작품의 정서가 절정에 이르는 부분이다.

“빈 집에
별 하나 따라와
별도 울고 나도 울고”

여기서 ‘빈 집’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다. 사람이 떠난 뒤 남겨진 삶의 공간이며, 동시에 화자의 마음 그 자체다. 그런데 그 빈 집에 ‘별 하나’가 따라온다. 하늘의 별이 집 안으로 내려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시적 상상 속에서는 가능하다. 그 별은 떠난 아내의 혼이며 기억이고, 남은 사람의 그리움이다.

마지막의 “별도 울고 나도 울고”는 이 시조의 백미다. 별이 실제로 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화자는 별에게 자신의 감정을 투영한다.

결국 별이 우는 것이 아니라 화자의 눈물이 별에게까지 번진 것이다. 하늘과 땅,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이 눈물 하나로 연결된다.

이 작품은 죽음을 직접적으로 슬프게 말하지 않는다. 대신 주민등록표 → 빈자리 → 하늘의 별 → 빈집 → 눈물이라는 이미지의 이동을 통해 사별의 깊이를 보여 준다.

행정적인 한 장의 기록이 인간에게는 한평생의 추억과 이별을 확인하는 문서가 된다는 점에서 현대적이면서도, ‘이녁’, ‘빈 집’, ‘별’이라는 표현에서는 우리 전통 서정시의 정한(情恨)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이 시조는 떠난 사람보다 남은 사람의 시간이 더 길다는 사실을 말한다. 아내는 별이 되었지만 화자는 여전히 빈집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마지막의 울음은 죽은 이를 위한 울음인 동시에, 앞으로 혼자 살아가야 할 자신의 삶을 향한 울음이기도 하다.

짧은 시조 한 편이지만 그 안에는 사별의 충격, 부부애, 기억, 고독, 그리고 죽은 이를 별로 승화시키는 사랑이 함께 들어 있다.

결국 「외로운 별」는 이렇게 읽을 수 있다.

사람은 떠났지만 사랑은 떠나지 않는다.

빈집에 남은 사람에게, 떠난 이는 밤마다 별이 되어 돌아온다.
그 점에서 이 작품은 사별의 슬픔을 말하면서도 끝내 사랑의 지속을 노래한 시조라 할 수 있다.

권오정 문화부장/

권오정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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